실천하는 안전교육이 필요할 때다
실천하는 안전교육이 필요할 때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5.1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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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 답게 검붉은 장미와 빨간 카네이션이 가장 잘 어울리는 5월이 됐지만 세상은 노란색 리본으로 가슴 아파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그 아픔을 겪고 있는 유가족들의 슬픔과 괴로움은 하늘을 울리고 땅을 적실 만큼의 눈물로 가득하고 텔레비전과 뉴스를 통해 지켜보는 국민들이라면 안타까움과 슬픔을 함께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선진국이 됐다며 ‘국격’을 더 높이자던 정부가 사고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분노와 실망만 보태주고 있다. 동시에 이번 일을 계기로 이제는 정말 제대로 된 안전교육과 안전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학교에서도 최근 들어 ‘안전’ 과 관련한 공문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모든 학교마다 교육과정 안에 ‘안전’과 관련한 내용을 일정 시간씩 포함해 운영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7차 교육과정에서 2007개정 교육과정으로 바뀌고 교과서도 연이어 바뀌면서 학교별 교육과정 계획 수립 시에 포함해야 할 내용들이 무척 늘어나기 시작했다.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주는 학년(군)별 국정교과서를 제외하더라도 초등학교 교육과정안에 포함시켜야 할 교육 내용들을 살펴보면 성교육 및 보건교육, 독도교육, 안전교육, 인성교육, 학교폭력예방교육, 한자교육, ICT교육 등이 있다. 여기에 학교 특색사업에 따라 환경이나 예절 등을 포함하면 10여가지 가까운 내용들을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운영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기존의 교과시간들을 탄력적으로 감축하거나 늘려 운영할 수 있다지만 위에 열거한 내용들은 별도의 시간으로 책정해 진행하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빠듯하다는 것이다. 결국 ‘학교 평가’에 포함돼 있는 특정 영역을 제외하면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모두 포함시켜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만으로 위의 내용들을 다 채우기도 곤란한 이유는 봉사활동과 진로활동, 동아리 활동이 창의적 체험활동의 영역 내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더욱더 관련 시간확보가 어렵게 돼 있다는 것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활동으로 구성돼 있다)

결국 그 많은 영역을 매 시간 확보해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 교과와 연계해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게 된다. 교과 활동 내에서도 관련 내용을 충분하게 다루기에는 교과별 지도 내용이 많다보니 간단하게 동영상을 한 두 편 본다거나 지도 교사의 훈화와 간단한 이야기 나누기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지진해일 대피훈련이나 소방교육과 관련해 실제 대피훈련을 한번 하려면 업무 담당교사는 당일의 교육과정을 어떻게 바꿔야 할 지, 행사는 어떻게 치르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아이들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은 후순위로 밀릴 지경이 되고 만다. 각종 매뉴얼은 종류별로 다 챙겨져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고, 수시로 날아오는 각종 보고자료(얼마 전에는 최근 5년 전의 각종 안전교육 시간 수까지 다 찾아서 보고해라는 국회요구 공문도 있었다)를 챙기다보면 실제 안전교육은 시간확보에 치이고 일에 치여 ‘종이’에만 남아 있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되는 것이다.

교육과정 개편이 아니더라도 교육청에서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 준다면 학교에서 좀 더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에 대한 책임있는 계획과 내실있는 운영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평가와 관련한 인성교육이나 학교폭력 교육 등 창의적 체험활동의 내용과 시간 구성까지 획일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좀 더 단위학교별 상황에 맞게 맞춤형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예산과 세부프로그램을 지원해 준다면 ‘실천하는 안전교육’이 정착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김용진 화암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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