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4.3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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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를 통해 사람들은 길을 나서게 되고, 그 길을 오랜 시간 걷다 보면 결국 그 길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길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길은 사전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주로 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동차가 지나는 공간을 뜻하지만 어느 곳으로 가는 노정, 삶, 역사의 발전이 전개되는 과정 등 시간을 품은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길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 준다. 먼 옛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가깝게 자주 오가던 곳에 길이 만들어졌다. 가장 먼저 생긴 길도 역시 사람이나 동물이 만들었을 것이다. 오늘날 길은 다양하다. 솔숲 사이에 난 오솔길, 돌담을 따라 꾸불꾸불 이어진 마을길, 호젓한 산길, 뭉게구름 피어오르는 들길, 강변에 펼쳐진 자갈길, 가로질러가는 지름길, 연기로 뒤범벅된 골목길 등 여러 형태로 길은 우리 곁에 존재한다.

사람이 걸어 다니며 조성된 길이 교통이 발달함에 따라 그 개념이 커지면서 실체가 없는 관념적 통로로 확대됐다. 바다에는 배가 다니는 길이 만들어지면서 뱃길이 생겨났고, 철로 만든 철궤를 따라 이동하는 기차나 전철의 통로를 철길이라 부르며, 하늘을 나는 비행기의 항로를 하늘길이라 부르게 됐다. 지금은 IT 발달로 수많은 글과 말이 허공의 길을 따라 무수히 날아다니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유독 길이 많다. 길의 이름도 많다. 올레길, 둘레길, 바람길 등. 울산에는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대숲십리길과 범서옛길이 있다. 걷기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각 지역에서는 경쟁적으로 여행객을 위한 길을 만들어내고 있다. 나는 흙을 밟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이 좋다. 그래서 산길이 좋다. 낙엽이나 솔잎이 소복히 쌓여 발밑에서 전해오는 푹신함이 좋다. 자연이 베푸는 소리와 나무가 선물하는 향기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준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우리에게 여유를 즐길 틈을 주지 않는다. 길만 생기면 바로 시멘트 포장을 하고 자동차가 그 길을 차지한다. 좁디좁은 우리 땅은 고속도로와 국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길마다 사람이 넘친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길도 있다. 나만 알고 있는 길. 여러 사람이 함께 하기보다는 혼자서 걷고 싶은 길. 누군가와 동행한다면 가장 마음이 맞는 사람과 단 둘이 걷고 싶은 길. 그건 자연의 소리가 사람의 말소리에 묻혀 버리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걷다 보면 어느새 잡념으로 엉킨 마음이 저만치 물러나 있음을 발견한다. 사람마다 걷기를 통해 얻고자 하는 의미와 기쁨은 모두 다르지만 비록 그 길이 길지는 않아도 걷고 난 후에 여운이 가득 남는 길이면 좋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아프리카 속담이다. 길은 많다. 길은 이어짐이다. 길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만난다. 보이는 길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의 길도 있다. 방도를 나타내는 길과 행위의 규범으로서의 길이다. 우리가 자주 쓰는 ‘어떤 길이 없을까?’ 처럼 교통수단의 길이 정신적인 길로 확대됐다. 이렇듯 길은 철학적 의미를 부여받게 됐다.

길은 누구에게나 다른 형태로 펼쳐지고, 그 길은 대체로 평탄하지만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길 위에서 수없이 헤매게 된다. 문득 세상이 나를 버린 듯하고, 멀고 먼 이역에서 한없이 헤매고 있다고 여겨질 때, 그렇게 헤매다 자기만의 길을 찾기도 한다.



내가 걸어온 길은 안개 속처럼 아스라하고 걸어가야 할 길은 칠흑처럼 어둡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기억조차 아련하고 언제 종점에 다다를지 알 수도 없다. 확실한 건 산 넘고 물 건너야 할 길, 그 길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生은 소(牛)가 외나무(一)를 건너가는 것과 같다. 길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통로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의미도 있다. 어렵고 힘든 여정이지만 누군가와 같이 간다면 결코 힘들지만은 않을 것이다. 요 며칠 온 국민 마음이 먹먹해 있다. 이럴수록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우리 모두 착한 마음을 모아 착한 생각을 이어 다함께 살 만한 공동체를 만들어보자.

‘나는 진정 착하게 살아가는 길을 찾은 걸까?’

<한국화학연구원 신화학실용화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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