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필정론(直筆正論)
직필정론(直筆正論)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7.1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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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의 논설실(論說室)에 걸려있는 글자이다. 이 낱말을 조금 더 생각하면 요즈음 우리나라 일부 언론, 어느 중앙지(H라는 중앙지는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겠다는 신문이었고, K라는 중앙지는 자유당 시절에 독제에 항거하다 폐간 위기까지 갔었다)의 앞으로 갈 길을 가르쳐주는 내용이 나온다. 직필정론은 정론(正論)을 세우고 직필(直筆)하라는 것이 아니라, 직필하되 정론을 따르라는 말이다. 풀어 말하면 사실(事實, facts)을 보고 들은 대로 쓰는 것이다. 여기에는 글을 쓰는 사람의 가치관이나, 선입관, 또는 행정기관의 압력이나, 종용, 끝으로 권력기관의 협박이나, 회유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쓰는 것이다. 판단은 독자들이 하게 되어 있다.

물론 같은 말, 같은 장면을 보아도 잔머리, 잔꾀를 부려 독자나 시청자를 현혹 시킬 수 있다. 키 작은 사람을 카메라로 찍을 때는 아래에서 위를 보면서 찍어야 피사체가 좀 더 큰 키로 보이고, 4개의 질문 문항 중에서 찬성하는 반응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면 그 찬성 문항을 1번에 제시하고 반대하는 문항은 마지막 4번에 넣는 것이다. 그런 기술이야 이제는 국민들이 전문가 이상으로 보는 눈이 높아져 있어 크게 효과를 볼 수 없는데도 아직까지 일부 방송매체도 쓰고 있다. 국민을 우롱(愚弄: 바보를 놀리듯이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여 놀림)하는 일은 국민에 대한 예의로서도 이제는 그만 두어야 한다.

7월 9일, 서울에서는 100여명의 인사들이 미국산 쇠고기 먹기 시식(試食)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에 국내 의사들이 많이 참석하여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실제 먹어 보이며 언론기관에 확인하여 주었다. 시식이 끝나고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제일 먼저 중앙의 모 일간지 기자가 나이든 여의사에게 다가와 다분히 의도적인 질문을 했다. ‘이 미국산 쇠고기를 손자에게도 먹이겠습니까?’이었다. 그 여의사는 ‘맛도 있고 그래서 먹이겠어요’라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이 행사에 취재하러 간 다른 일간지 기자들은 본대로, 들은 대로, 그리고 질문한대로 기사화했다. 직필정론해야 할 그 언론사에서는 ‘손자에게도 먹이겠다.’는 말을 사실 그대로 기사화하지 안 했다. 이 말을 따르건 안 따르건, 믿거나 말거나 독자의 판단이다.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공산(共産)해야 하는 것이 정론이고, 그 정론에 맞추어 직필한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정정당당하게 경쟁해야 하는 것이 정론이다. 그렇다고 정론을 먼저 세우는 것이 아니라 직필을 하고 그 직필이 정론이 되게 바른 이치를 따르는 것이다. 국민보다는 민족을 주장하는 집단에서는 자기들 주장에 맞지 않으면 정론이 아니다. 그래서 직필도 어렵고 정론도 없다. 큰 걱정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서로가 공평해야 하는 것을 정론으로 삼는다. 따라서 나와 의견이 달라도 직필하면서 이치에 맞게, 사실에 근거하여 증거를 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정론이다. 쇠고기뿐만 아니라 자유무역 협정도 직필하고 정론을 따르는 것이다. 울산에서 본보는 직필 정론하면서 긍지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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