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과 책임에 대한 상념
역할과 책임에 대한 상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4.2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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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정원에 벚나무가 한 그루 있다. 매년 봄이 되면 하얀 꽃나무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계절이 지날 때마다 그 모습이 달라지고 매년 조금씩 성장한다.

나무도 이 자연계를 살아갈 때 시스템에 충실하다. 뿌리는 보이지 않는 정원의 흙 속으로 깊이 잠기어 대지에서 영양분과 물을 빨아 들인다. 줄기는 뿌리로부터 전해 온 수액을 온전히 가지에게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가지는 전해온 수액으로 따가운 햇살과 비바람 속에서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운다. 계절이 허락하는 시간 내에 각자는 최선을 다한다. 겨울이 오기 전에 힘껏 성장을 하고, 객체의 번영을 위해 달콤한 열매에 생명을 숨겨 세상에 퍼트린다. 이처럼 나무의 각 개체는 서로 다른 역할이 있고 또한 그 책임을 다하며 매년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뿌리와 줄기, 가지 중 그 어느 것도 다른 개체의 역할을 자처하거나 그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 나무는 말라 죽고 말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도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역할과 책임은 무엇일까?

‘역할’은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맡은 바 직책이나 임무이며, ‘책임’은 맡은 그 임무를 해야 하는 의무로 정의하고 있다. 이 둘은 통상 함께 있어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행동으로 보여 그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다.

속담으로 ‘빛 좋은 개살구’란 말이 있다. 이는 역할만 있고 과일로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말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오늘날 우리는 크든 작든 몇 개의 사회 시스템내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에서도 부모와 자식의 역할과 책임이 있다. 부모는 자녀 양육과 경제활동을 통해 가계를 유지할 책임이 있고, 자녀는 건강한 성장을 통해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의 역량을 키워야 할 책임이 있다.

기업에서도 구성원은 조직의 비전 달성을 위해 맡은 직무를 성실하고 완벽하게 수행하고, 상위 직무를 위해 지속적으로 역량을 키워야 할 책임이 있다. 또한 리더는 구성원의 직무수행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고, 조직의 성장을 위한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해야 할 책임이 있다.

국가 경영도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시스템내의 조직은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시하고 그 수행을 점검하지만, 이는 시스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사항이다. 건강하고 건설적인 시스템은 특별한 명시를 하지 않더라도 폭 넓은 역할과 책임행동으로 동료의 부재나 실수로 생긴 시스템의 빈틈을 자율적으로 방비할 수 있다.

‘4월은 잔인한 달’ T.S 엘리엇의 ‘황무지’에 나오는 첫 연의 글이다. 시어에서 오는 직접적인 느낌이 요즘은 너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너무나도 잔인한 시간이다.

평범한 해상사고로 그칠 수 있었던 4월의 재난은 리더가 그의 역할과 책임을 저버림으로 인해 재난으로 이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시스템 안의 개인은 그 역할(Role)과 책임(Responsibility)을 전향적이고 도덕적으로 폭 넓게 수행할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 안전한 사회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인숙 여성회관·여성새로일하기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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