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두 바퀴 행정’
막무가내 ‘두 바퀴 행정’
  • 주성미 기자
  • 승인 2014.04.22 2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00억 들인 자전거도로 423.6㎞… “갈 길 멀었다”
▲ 남구 도산사거리 인근 꽃대나리로에서 한 자전거 탑승자가 좁은 자전거도로를 두고 차도로 통행하고 있다. 정동석 기자

제4회 자전거의 날을 맞아 22일 기자는 자전거를 타고 울산 도심 곳곳을 다녀왔다.

태화강을 따라 뻗은 자전거전용도로가 있는가하면 가로수 사이를 피해 다녀야 하는 무늬만 자전거도로도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 울산지역에 개설된 자전거도로는 모두 423.6㎞다. 898억원을 들였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곳곳에 눈에 띈다.

◇ 끊기고 좁아… 출퇴근 힘들어

울산지역에서 자전거도로가 비교적 잘 돼 있는 곳은 남구 신정동 태화교부터 번영교 방향의 태화강변이다. 이곳 자전거전용도로는 오가는 방향에 따라 나눠져 있다. 사람들이 다니는 보행구간과도 완전히 분리돼 있다.

공원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남구의 문수로, 삼산로 등 인도 폭이 넓은 곳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이 일대는 보행구간과 자전거도로가 표면상 분리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전거도로는 인도 위에 보행겸용으로 설치돼 있다. 인도 폭이 좁을수록 보행자들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좁은 인도 안에서도 보행구간과 자전거도로를 분리한 곳도 있다. 이마저도 가로수로 가로막히거나 끊긴 곳이 많아 자전거는 도로 가장자리에서 차량의 위협을 받으며 달려야 한다.

◇ 인프라 한계… 대안시스템 고심

울산시는 지난해 말까지 898억원을 들여 총 길이 423㎞의 자전거도로를 조성했다. 올해도 56억원을 들여 23.5㎞ 구간에 자전거도로를 정비할 계획이다. 동해안 자전거길 14.5㎞, 태화강 자전거도로 6.9㎞와 단절된 자전거도로 총 길이 2㎞를 개설한다.

자전거도로 표지판과 가로등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올해 계획에도 도심의 자전거 도로는 인도 위에 설치된다. 여전히 자전거는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차량 사이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야하는 상황이다.

인도와 분리해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하는 방안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교통정체에 따른 민원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차로를 축소할 수는 없다는 게 울산시의 입장이다.

울산시는 현실적으로 자전거도로를 도심에 완벽하게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최근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전거 이용 활성화 계획 용역을 실시했다”며 “구체적인 대안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차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전거는 자동차도 아니고 보행자도 아니다.

오토바이 운전자처럼 면허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헬멧과 같은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는다.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더라도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

경찰 관계자는 “자전거는 전용도로가 없을 경우 1차로의 가장자리로 다녀야하지만 차도를 역주행하거나 인도를 침범해 달리기도 한다”며 “매년 자전거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만큼 자전거도 ‘준’자동차로 생각하고 안전하게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 차량 운전자들이 서로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성미 기자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