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옹기축제에 바라는 것
울산 옹기축제에 바라는 것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4.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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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경상도 울산 큰 애기’ 울산에는 큰 애기 말고 유명한 게 뭐가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도자기에 관심이 간다. 도자기란 말은 옹기나 토기같이 저화도로 굽는 도기(陶器)와 청자나 분청사기, 백자 그리고 도자기 공장에서 만드는 본차이나와 같이 고화도로 굽는 자기(磁器)를 합친 말이다.

16세기까지 도기 아닌 자기를 만들었던 나라는 어느 나라였을까. 한국, 중국, 베트남이다. 임진왜란 때 조선 사기장을 납치해간 일본이 17세기에 도자기 만드는 기술을 갖게 되고 유럽은 18세기에 도자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여기서 할 이야기가 있다. 옛날 베트남 전쟁이 발발 하기 전 미국과 베트남이 전쟁을 막기 위한 협상을 벌인 적이 있었다. 당시, 미국의 유명한 인류학자가 베트남과 미국이 전쟁을 하면 미국이 질 것이라 예언했다. 그때 많은 미국의 지식인들이 그 이유를 대라며 그 인류학자를 몰아세웠다.

인류학자 왈, ‘베트남은 16세기 인류의 가장 첨단 기술인 자기를 만들었던 위대한 민족’이라고 항변했다. 미국과 베트남의 전쟁은 누가 이겼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실이다.

15세기, 울산은 도자기를 궁궐에 납품하는 고장이었다. 그때 납품한 도자기는 분청사기였다. 현재 울산은 옹기로 더 유명하다. 옹기의 원조인 질그릇과 토기는 선사시대부터 우리민족과 함께 했다. 지금처럼 약토와 재를 섞은 유약을 입혀 구운 옹기는 17세기부터 우리 한반도에 등장해 18, 19세기를 거치면서 서민들의 생활에 급속히 퍼졌다.

옹기는 옹기와 질그릇, 오지그릇을 합친 말이라 한다. 질그릇은 떡시루 같은 걸 말한다. 옹기는 유약이 있으나 질그릇은 유약이 없다. 질그릇은 가마에서 불을 때다가 일정시점이 되면 가마의 모든 문을 닫은 뒤 연기를 급속히 발생시켜 그 연기가 질그릇 속으로 들어가게 해 완성한다. 그릇 속에 스며든 연기는 항균작용과 더불어 공기는 통하나 물이 새지 않게 해준다.

오지그릇은 우리나라가 남과 북으로 분단되기 전까지는 오지(아주 시골, 변두리)에서 온 그릇이라는 뜻으로 현재 북한의 회령도자기를 가르켰다. 회령도자기의 특징 중에 하나가 바로 이글거리는 불꽃위에 직접 얹어 요리하는 그릇이다. 현재 한국(남한) 오지그릇이라 하면 회령도자기가 아니고 불 위에 바로 얹고 음식을 끓이는 뚝배기를 말한다.

울산은 현재, 옹기가 전국 으뜸이라 알고 있다. 남창옹기라 하기도 하고 외고산 옹기라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 옹기를 매개체로 옹기축제를 매년 열고 있다.

역사를 왜곡하는 나라 일본은 밉지만 우리보다 잘하는 게 있다. 그중 하나가 지방 토산품을 축제를 통해 명품으로 잘 만든다는 사실이다. 울산옹기축제와 비슷한 일본축제는 마시꼬야끼 축제, 하기야끼, 비젠야끼, 아리따야끼, 이가야끼, 세토야끼 등 아주 많다. 여기서 야끼는 도자기와 옹기를 뜻한다. 이런 야끼는 일본에서 축제를 통해 세상에 알려져 명품으로 승화시켜 그 곳 종사자들에게 경제적 이익과 정신적 자부심을 심어 주고 있다.

우리 울산옹기축제도 그렇게 되길 바라지만 내 생각으로는 아직 1% 부족한 것 같다. 부족한 이유를 두 가지로 요약하면 첫째, 울산사람이 다른 곳으로 출장 갈 때 울산의 상징인 외고산 옹기를 선물로 챙기는 경우가 적다. 둘째, 옹기 종사자들 중 옹기기법으로 작품을 빚는 유명한 예술가가 드물다. 일본의 유명한 도자기와 옹기는 그 곳을 상징하는 도예가가 반드시 있다. 울산옹기축제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영웅 만들기를 해야 할 때라 느껴진다. <신한균 도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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