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기본적으로 권력게임이다. 권력게임에서 권력을 빼고 말할 순 없는 일이다. 권력이란 양날의 칼인즉 쓰되 똑바로 써야 하는 것이 먼저이다. 정치권력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정당’이란 무리를 지어 행사하는 것이다. 정당에선 큰 무리들이 작은 무리들을 부리는 것을 권력의 핵심으로 본다. 이른바 큰 무리들의 기득권이라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손에 쥔 정치권력을 빼앗기기 전에 스스로 내놓은 예는 찾기 어렵다. 그래서 ‘정치권력은 피를 먹고 산다’ 는 살벌한 말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권력의 피라미드에서 중앙의 큰 권력이, 즉 힘센 국회의원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의 공천권을 거머쥐고 권력을 휘두르는 큰 무대이다. 특히 지방정치 조직이 중앙 권력과 국회의원이 휘두르는 개별적인 힘의 원천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정당정치가 없고 권력의 피라미드가 아닌 독립적인 정치라면 모르지만 현 상태에서 지방선거 후보자에게 자격을 주는 공천권을 그들이 포기할리 없다.
무엇보다 달콤한 권력 맛에 취해 있는 집권 여당이 절대 폐지할리 없고 기성 야당의 상부층도 말로만 “내려놓아야 한다”며 큰 소리 쳤을 뿐 실상은 그 반대다. 무 공천에 ‘올인’ 했던 안철수 대표의 최근 행보가 그 한 예다. 이제 와서 그는 ‘정치는 현실’이란다. 정치만 현실인가. 사는 게 다 치열한 현실이다. 그러나 정치개혁의 바로미터가 공직후보자를 공천하는 정당들의 태도에 달려있음은 분명하다.
우선 무공천이란 배수진을 거두고 회군한 새정치연합은 약속 파기의 민망함을 감추기라도 하려는 듯 공천기준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현역들 가운데 20% 이상을 새 인물로 교체하겠다고도 한다. 과거 범죄로 처벌 받아 실효기간이 경과돼도 공천하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본인은 물론 친인척비리까지도 문제 삼을 것이라고 한다. 매 선거 때마다 공천원칙을 내세울 때면 여야가 으레 들고 나오던 소리들이다. 과연 지켜질 지 두고 볼 일이다.
집권여당도 개혁공천의 영역 밖은 아니다. 대통령이 무공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공천작업을 하는 와중에 벌써 경선불복의 조짐이 보인다. 줄 세우기, 금품선거, 여론조작이란 고질적 병통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절대 권력자가 국회의원으로 있는 지역일수록 불공정시비가 더 많은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여심’이 어떠니 당심이 어떠니 하며 상대를 비난하고 상처를 내는 방식은 이제 구식이다. 좀 깔끔하고 폼 나게 하면 안 되나.
현재 여야의 판세는 호각지세라고 한다. 광역선거는 그야말로 예측불허의 판세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체면은 구겼지만 실리는 챙겨 박빙지세를 만들었다는 야권의 공세가 드세다. 문제는 늘 결정적인 순간에 터진다. 우리 영공을 바람처럼 드나들었던 북한 무인 비행기 침투사건을 두고 일각에선 2010년 지방선거 직전 불거졌던 ‘괴담’을 되살린다. 2010년 천안함 괴담이 되살아나 선거판을 파고든다. 별로 안 좋은 조짐이다.
<박기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