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없는 사회
비상구 없는 사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4.1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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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육강식 원리가 지배하는 곳이 밀림이다. 강한 존재가 돼 살아남거나 개미나 들개처럼 수많은 군집으로 뭉쳐야 살아남을 수 있다. 또 공생의 배필을 찾아 살아남거나 강한 존재에게 기생해 살아가는 유전자를 갖춰야만 생존할 수 있다.

인간의 개입과 대규모 교란조장만 없으면 자연은 수억만종의 동식물과 자연물이 조화와 균형을 지키며 긴 세월을 두고 변화하며 존재한다. 자연조절로 넘침과 모자람이 없다. 대마불사(大馬不死) 같은 예외적 현상도 없다. 인간도 자연의 하나이지만 자연변화의 중심에 서고 있으며 영향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인간이 자연계에 미치는 야만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개체의 폭발적인 증가다. 인구 증가는 필연 생산 증가를 동반한다. 식량뿐 아니라 수만가지 생필품과 사치·기호품이 필요하고 산출 극대화를 위한 유전자 조작 작물까지 등장하고 있다. 쓰레기와 오염물질을 비롯해 자연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산물의 배출도 엄청나게 는다. 인구문제 해결을 등한시하면 인간사회의 아귀다툼 현상은 호전되기 어렵다.

두번째는 경제적 탐욕이다. 경제권력이 정치권력을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됐다. 민주주의의 위기다. 모든 것이 돈으로 통하다 보니 이에 대한 갈망도 무한대로 커지고 있다. 자본들의 건축, 경작, 목축을 위한 대형 토지개발 사업은 자연에 대한 직접적인 해악을 초래하고 자동차·정유 산업과 같은 대단위 제조업은 생산단계나 산물의 사용단계에서 대규모 오염을 초래하게 된다.

세번째는 과학기술의 맹목성이다. 우주에 떠있는 인공위성만 해도 1만개를 넘고 현존하는 수소·원자폭탄만 해도 지구를 몇 번이나 초토화할 수 있을 정도의 과학기술 시대에 살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아마존 열대림을 한달 안에 경작지로 바꿀 수 있다. 장기를 교체하고 DNA 수리가 가능해지는 등 생명과학의 발전도 신의 영역 문 앞에 다다른 수준이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진보와 성취가 자본의 탐욕과 결합하면서 과학기술의 기본 윤리성마저 무너지고 맹목성만 강화되고 있다. 위험천만한 일이다.

인간사회 내부적 야만은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정글의 법칙보다 더 혹독한 아수라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표적 자본만능 국가인 미국의 빈부격차가 1920년대 영국 귀족가문의 얘기를 다룬 드라마 ‘다운톤 애비’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보고서가 지난 2월말 공개됐다.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양극화를 적시하며 “미국이 부유층만 판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경고했다. 마켓워치는 의회조사국이 2012년 낸 보고서도 하위 50%가 고작 1%의 부를 소유한 것으로 분석했음을 상기시키며 “미국인 절반은 지금도 1920년대의 하인이나 짐꾼처럼 생활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돈은 시간이 흐를수록 소수에게 모이게 돼 있다. 부자에게 몰리고 대기업에게 몰린다. 우리나라 10대 재벌기업 상위 20개사는 최근 3년간 사내 유보율 증가가 3천%에 육박한다. 이를 증명하듯 서민들은 생계가 힘들어 외벌이가 아닌 맞벌이, ‘투잡’이 아닌 ‘쓰리잡 시대’를 맞고 있다. 이러한 경쟁 상황에서는 한번 탈락하면 생환의 기회도 거의 오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자연계의 약육강식보다 강도가 더한 ‘의자 빼앗기 게임’이다. 누구도 비켜갈 수 없다. 약자에겐 비상통로가 없는 세상이다.

경제적 효율과 금전 소유량만 따지는 사회에 무슨 배려와 관용, 인권과 안전이 제대로 터 잡을 수 있겠는가. 아이 하나만 낳아 스파르타 전사처럼 키워야 할 시대다.

<임상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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