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임에서 만난 한 베트남 이주여성은 자가용을 타고 왔는데 매우 바쁘게 하루를 산다고 했다. 필자는 무심결에 “어머, 자가용도 있네요?” 라고 했다. 그 말이 상대방에게 ‘베트남에서 온 이주여성도 이제는 자가용을 타고 오는 정도가 됐구나’ 라고 비춰지기도 하고 ‘이주여성이 자가용을 타고 왔다면 정말 결혼을 잘 했네’라는 뜻으로 전달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무심코 내뱉은 말에 필자 스스로 깜짝 놀랐다. 혹시 ‘내 마음 깊은 곳에 나도 모르게 이들과 거리를 두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도 해 봤다. 그 베트남 여성은 자동차 핸들 가죽을 열심히 꿰매 적금을 들고 있다고 했다. 시댁식구들이 모두 그만두라고 말리지만 자기가 고집스럽게 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돈 때문에 시집왔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며 앞으로도 무슨 일이든 계속해 자립적으로 살 계획이라고 했다. 또 한 여성은 “나도 나중에 남편과 함께 떳떳하게 살고 싶어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사람들이 소리 없이 보여주는 차가운 시선이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자신들을 불쌍한 사람들로 치부하는 듯한 태도가 매우 슬프다고도 했다.
우리사회는 아직 이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한 목소리를 낸다. ‘남편을 사랑해서 시집왔다’고. 짧은 시간에 급히 이루어진 결혼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볼지 모르지만 자신들은 인생을 걸고 한국으로 왔다고. 그래서 정작 이해받지 못하는 것 같아 슬프며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한국이 정말 살기 좋은 곳이고 이제는 모국에 가도 빨리 돌아오고 싶을 정도로 한국인이 돼 버린 그들의 애로사항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저민다. 이제 우리가 그들의 고민을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올려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그 중 하나가 국제결혼이 성사되기까지 사회주의 문화권에서 온 여성들이 거쳐야 하는 제도적 문제다. 현지인들이 아무리 제대로 된 중개를 하려고 해도 한국에 대한 정보가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혼중개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들은 볼멘소리를 한다. 확실하게 보장되고 믿을 수 있는 기관을 국가가 개입해 현지국가와 연계해준다면 그 지침을 따르고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적으로 협력이 되면 속이거나 속는 일이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문화가정에서 배출된 주역들이 정치·외교적으로, 경제발전의 조력자로, 국제적 인재로 활동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이제 그들의 의견과 주장에 귀 기울이고 함께 고민하며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나라를 빛낼 잠재적 자산을 스스로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화 다문화희망협 울산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