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소제조업 제2도약은 인력양성에서
울산 중소제조업 제2도약은 인력양성에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4.06 2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은 예로부터 산업이 지역경제를 선도해왔다. 삼한시대에는 달천지역에서 생산된 철이 일본으로 수출됐고, 신라시대에는 수도 경주의 관문항만으로서 그 역할을 담당했다. 울산항을 통해 무역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변방으로 치부되기도 했지만 삼포개항 등으로 다시 역사에 등장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동안 울산의 중요성이 또 다시 부각돼 방어진 등에 일본인들이 집단거주하기도 했다. 해방이후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공업화단계로 접어들면서 울산은 또 산업도시적 면모를 갖추게 됐다.

전국대비 울산인구는 2.3%수준인 120만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수출은 전국의 17~18%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중앙정부가 가끔 “울산같은 부자도시는 지원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한다.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 걱정도 앞서는 게 사실이다. 또 울산은 기업하기 좋은 도시란 얘기를 종종 듣는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울산이란 도시가 ‘정말 기업하기 좋은 도시인가’라는 반문에는 대답하는데 오랜 걸리지 않는다.

지난 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우리 연구원에서 울산지역 중소제조업체의 애로사항을 알아봤다. 경제산업실의 전 연구원이 참여해 조사한 결과 중소제조업체의 인력문제가 ‘심각’ 정도를 넘어선 사실이 드러났다. 공장부지 확보에도 문제가 없진 않았지만 지역중소기업체 인력난의 심각성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어느 중소기업체는 울산지역에 UNIST가 이공계특성화대학으로 소재하고 있으나, 졸업생이 중소기업에 올 확률은 전무하다고 했다. 울산대학교도 상황은 거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나마 지역중소기업에 취업한 학생들도 취업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하고, 대학에서 배운 지식은 적용하기가 어려워 기업이 비용을 들여가면서 기업에서 재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울산지역 학령인구의 85%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걸로 돼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대학생들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갖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지역 제조업체는 인력부족으로, 학생들은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청년실업만 증가하고 있다. 마이스터고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우수한 중학교 졸업자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켜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조기에 확보하자는 게 당초의 설립취지였다. 하지만, 졸업자 대다수가 역외로 나가고 있다.

울산지역 대학이나 마이스터고 앞에 가면 울산 중소제조업체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내 대기업에 취업한 학생수를 ‘자랑하는’ 현수막들이 즐비하다. ○그룹 취업 00명 등이다. 지역 중소제조업에 취업한 학생 숫자를 내 걸은 학교는 눈 씻고 봐도 없다. 이런 여건 속에서 지역 중소제조업체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울산은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아니라 대기업하기 좋은 도시란 말을 듣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울산지역 중소제조업체는 극심한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기업하기 좋은 도시란 말이 무색하다.

세상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다. 우리 대학도 많이 변해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그렇지만 좀더 변해야한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대학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대학구조조정은 인위적으로 몇 %의 학생들을 강제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졸업생들이 스스로 원하는 직장을 찾아줄 수 있는 대학구조조정이어야 할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 울산의 중소제조업체들은 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고, 세계적 경쟁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경쟁 가능한 학생을 양성해 지역소재 중소기업에 공급해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역대학도 지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양성에 성공적으로 나섬으로써 울산지역 중소제조업체는 제2의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 울산. 지역 중소제조업체의 거대한 벽에 막혀버린 인력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 울산은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강영훈 울발연 경제산업연구실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