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공조분야 ‘꿈의 크루즈선’에 도전
선박 공조분야 ‘꿈의 크루즈선’에 도전
  • 정인준 기자
  • 승인 2014.03.3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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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에이스엔지니어링… 창립 10주년… 대기업 설계 수주·해외진출 가능성, 2020년 500억 목표
▲ 현재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에서 건조되고 있는 FPSO. 이 선박의 선실 공조파트를 에이스엔지니어링이 설계했다.

태풍, 해일, 지진 등 현존하는 최상급 자연재해에서 견디고, 창문없는 15층 건물에 30년 이상 반영구적인 공기순환시스템을 설계하라. 에이스엔지니어링이 수행하고 있는 설계미션이다.

울산지역에서 드릴십과 같은 해양특수선 리빙쿼터(생활공간)분야 설계 1위 기업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에이스엔지니어링’이다. 2004년 12월 창립후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는 에이스엔지니어링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12척의 해양특수선 리빙쿼터(선실)분야 설계를 했다.

이 회사가 주로 설계하는 선박은 해양프로젝트, 특수선 PSV(해양작업지원선), AHTS(해양시추지원선), LNG RV선, 드릴십,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등 일반선박이 아닌 특수선 선실이다.

특히 선실 설계는 선박에 기거하는 선원들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고난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선실 설계는 외형을 설계하는 선실 구조와 그 내부에 들어갈 각 선실과 각종 장비를 배치하는 선실목의 그리고 이를 보조할 수 있는 환기시스템의 공조나 배관, 전선들이 지나가는 곳을 설계하는 선실설비, 이를 통합하고 조정하는 선실기술의 파트로 나뉜다.

에이스엔지니어링은 이중 선실설비 파트인 공조와 배관분야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예전엔 전기파트도 함께 설계했지만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기파트 분야를 과감히 포기했다. 보다 전문성을 확보해 이를 바탕으로 해외진출과 고부가가치 영역인 크루즈선박 설계에 도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크루즈선박의 공조분야 설계는 에이스엔지니어링이 궁극적으로 도전해야할 부문. 공조분야에서 수천실의 객실을 가진 크루즈 선실설계는 이 분야 엔지니어링 업계의 꽃이라 할 수 있다.

또 이를 위해서는 해외진출이 필수적이다.

공조시스템은 생활공간에 깨끗한 공기를 공급하고, 오염된 공기는 배출시키는 것을 말한다. 일반선박의 경우 항구에 정박하는 동안 유지보수가 가능하지만 해양특수선박은 바다위에 장시간 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폭풍우, 해일의 자연재해나 인재로 발생하는 화재 등에 대비해 모든 안전에 대한 조건들을 다 만족시켜야 한다. 때문에 설계하기가 여간 까다운게 아니다.

해양특수선박의 선실 크기는 길이 300m, 폭 80m, 높이 70m, 무게 500t 정도로 크기가 대략 13층에서 15층 정도의 건물과 맞먹는다. 또 창문도 거의 없어 밀폐된 15층짜리 아파트에 청정공기순환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같다.

에이스엔지어링은 이러한 공조파트를 특화해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의 클라이언트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세진중공업, 신한기계 등이다. 이들 대기업으로부터 설계를 수주해 수행하며 인력양성과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소기업진흥원이나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울산시 등이 파견하는 해외시장개척단에 적극 참가하고 있다. 아직 해외기업으로부터 단독수주는 없지만 지난해 5월에 참가한 중국 상해 마린텍에서 에이스엔지니어링은 중국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중국의 한 기업으로부터 해양플랜트 설계의뢰 타진과 함께 냉각수 기술을 이용한 오폐수처리사업 합작을 제안 받았다. 또 말레이시아종합무역사절단에도 참가해 시장진출을 타진했다.

이 회사 김병석 부장은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에서 밀폐된 공간에 반영구적인 환기시스템을 설계하는 공조파트는 블루오션 분야”라며 “동남권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에이스엔지니어링은 2015년 매출 100억원, 2020년 매출 500억원 달성이라는 큰 비전을 세워놓고 있다. 엔지니어링 사업부문 외 제조업과 IT솔루션부문에서 신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조업부문은 에이스엔지니어링이 개발한 전기·전자장비용 절연세척제 ACE-E-77이 주력제품. 이 제품은 전원을 켜둔 상태에서 전기·전자장비에 낀 먼지, 오물 등을 깨끗하게 세척해 준다. 에이스엔지니어링은 이 제품 판매를 위해 클리닝사업부를 만들었고, 현재 조금씩 매출이 일어나고 있다.

IT솔루션부문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회사는 정부과제로 해양플랜트 공정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이미 확보하고 있는 3D모델링 프로그램에 설계, 자재, 공정 등 전체 파트를 집중시켜 관리자 또는 작업자가 언제 어디서나 최적의 작업환경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테블릿 기기 등으로 화면에 띄워진 한 점을 클릭했을 때 이 곳에는 설계자부터 설계도, 자재상황, 건조일정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김병석 부장은 “프로그램의 시장성 조사를 한 결과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며 “엔지니어링에서 부족한 문제를 인식해 프로그램 개발이 출발한 만큼 시장의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CEO인터뷰

“엔지니어링 한계성, 새로운 구조변화가 필요하다 ”

 

▲ 김대환 에이스엔지니어링 대표.

“딱 먹고 살만큼 벌어요”

엔지니어링(설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얼마나 버냐”고 했더니 에이스엔지니어링 김대환(46·사진) 대표로부터 돌아온 답이다. 이 질문은 제조업이 아닌 엔지니어링 직종에서 2015년 매출 100억원, 2020년 5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비전을 제시해 놓고 있었기 때문에 놀라워 실현 가능성을 물은 것이었다.

김 대표는 “솔직히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며 “계획대로 한다고 해도 아직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에이스엔지니어링의 지난해 매출은 12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조선업계가 불황기를 겪으며 매년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런 실적에서 1년만에 10배 이상 매출이 늘수 있는 것일까.

김 대표는 클리닝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전자기기용 세척제를 신제품으로 내놓은 ACE-E-77이 지난해부터 부쩍 매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매출액을 100억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엔지니어링사업도 지금보다 두 배 정도 확대해 연매출 25억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장 내년에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진 못하더라도 상당한 실적은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안정적인 캐시카우 창출을 통해 장기비전 목표를 달성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대표는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기본설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상위레벨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에이스엔지니어링의 위치는 대기업 협력사로 기본디자인과 컨셉트를 받아 상세설계를 하는 하청기업이다. 공조분야 전문으로 특화돼 있지만 기본설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한계성을 극복해 디자인을 제시할 수 있는 기본설계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다. 김 대표의 이러한 목표는 엔지니어링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심이기도 하다.

“엔지니어 기업은 작고 미약하기 때문에 ‘오합지졸’같아요. 사람을 키워놓으면 조건이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유는 그 기업이 항상 그 곳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지역 10여개 엔지니어링 업체와 힘을 모아 ‘울산마린엔지니어링진흥협회’를 출범시켰다.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러 파트의 기업들이 뭉치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협회를 통해 공동수주와 협력, 인력양성 등 업계의 변화를 가져오고 싶어 한다. 10년전 한 명의 엔지니어로 느꼈던 구조적 문제점이 10년간 엔진니링 기업을 운영해보니 “어쩔수 없는 구조적 현실이었더라”며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제2의 창업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12월 창업했으니,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는 열약한 국내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자신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굳건한 지지를 보내주고 있는 직원들로부터 나온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최고 설계전문기업을 만들어 보이겠다”고 밝혔다.

*우리회사 어때요?

 

▲ 김민정 설계 엔지니어.

“어깨너머가 아닌 함께 공유하는 ‘배움의 일터’”

“20년후 선급감독관이 돼 있을 멋진 나를 상상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길이 되겠지만 꼭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에이스엔지니어링에서 선급감독관의 꿈을 키우고 있는 강민정(26·사진)씨는 공고를 졸업하고 경북 구미에서 대기업 휴대폰 공장에서 일을 하다 늦깍이 공부를 통해 엔지니어(설계)의 길을 걷고 있다. 김씨는 이제 입사 7개월차. 선배들의 뒷수발을 들고 있지만 당찬 꿈을 키우고 있다.

강씨가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건 한국폴리텍대학(울산)에서 교수로 겸직하고 있는 에이스엔지니어링 김대환 대표를 만난 것. 강씨는 졸업후 그를 눈여겨 보고 있던 김 대표의 입사권유를 따랐다. 스승이자 사장으로 존경심이 발로가 됐다.

“저도 처음에는 대기업 쪽에 문을 두드렸죠. 하지만 어느 순간 저의 꿈보다는 취업에 아둥바둥 하는 제모습이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저 자신을 찾아 에이스엔지니어링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강씨는 졸업전 실습 때 이 회사에 3개월 인터십을 거쳤는데, 그 때 체계적으로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교육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함께 근무하는 선배들이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는 모습이 좋다고 했다. 자기계발이 회사의 성장과 직결되는 열정적 환경이 감동스럽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어깨너머로 배우는 게 없어요. 모르는 것도 찾아서 가르쳐 줘요. 무엇이든 공유가 되요. 일에서는 상하관계가 있지만 일 외적인 부분은 수평적 관계지요. 여기선 제가 제역할을 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강씨는 요즘 영어공부에 빠져 있다. 설계업무다 보니 영어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무상 관심있는 분야도 있다. 선급통역일도 해보고 싶다. 이러한 과정은 장래 희망인 선급감독관으로 가는 길이다.

강씨는 학교 후배들에게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가리지 않고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강씨에게 에이스엔지니어링에 대해 물었더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둥지”라고 말했다.

글·사진=정인준·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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