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와 ‘대학’
새내기와 ‘대학’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3.1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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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는 검정 고무신에 다 떨어진 무명바지를 입은 재학생 선배가, 대학새내기들을 위하여 뭔가를 시연하고 있다. 바보 같으면서도 코믹한 행동으로 장내를 사로잡아 배꼽들을 쥐게 한다. 그의 일 거수 일 투족은 보기만 해도 너무나 우스워, 옛날 유명한 코미디언 모습 같아 착각하기도 한다.

이것은 필자의 새내기 때, 대학 강당에서 벌어진 신입생 환영무대의 일부분이다. 이러한 우스꽝스럽고 좀 엉뚱한 재주꾼이 대학마다 한두 명씩 꼭 있다. 그 당시 무엇으로 새내기의 관심을 끌었는지 필자의 기억은 어렴풋하다. 그러나 굉장히 재미있어 했던 것은 틀림없다. 이 자리는 대학새내기를 위한 오리엔테이션 겸 환영회 자리여서 모두들 들떠 있었다. 행사가 캠퍼스 내 큰 강당에서 진행돼 지도하는 교직원도 일사불란하고 학생회의 간부들도 적극적이어서 일거양득이었던 것 같다. 또한 단과대학 별로 먼 곳에 가지 않고서도 꽤나 실속있는 행사가 돼 모두들 흡족한 듯 했다.

해마다 의무적으로 하고 있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는 올해도 먼 곳으로 이동해 어김없이 진행되고 있다. 필자는 평상시 학생들의 단체행사는 반드시 캠퍼스 내에서 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2007년 그리고 2011년 대학생 수련회 버스사고가 났고, 지난달 아니나 다를까 또 큰 사고가 발생해 아까운 생명을 많이 앗아갔다. 경주 마우나 리조트에서 일어난 부산외대생 행사 사고 말이다. 우리는 어쩌면 3주만 지나면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는 버릇이 있다. 물론 이 사고의 원인은 남부지방에 큰 눈이 왔고 게다가 조립식 가건물을 사용했기 때문이라 하지만, 아무튼 교외로 나가지 않았으면 이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누구한테 원망을 해야 되나? 이 아까운 생명들을 말이다. 피어보지도 못한 젊은 새싹들, 단 한 번도 ‘대학축제’를 맛보지도 못하고, 아니 그 희망찬 ‘동아리활동’도 참가해 보지 못하고…. 그것뿐이랴! 그 인기 있는 ‘초청강연회’도 듣지도 못하고, 그 외 학생끼리 하는 ‘작은 음악회’, 매력적인 ‘미술갤러리’ 감상, 초록 5월에 열리는 ‘체육대회’, 그리고 흥미로운 ‘미팅’행사도 있지 않은가? 그것보다 하고 싶어 했던 ‘전공과목’의 맛도 보지 못한 채…. 정말로 가슴이 멘다.

구태의연하게 생각될 지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새내기 대학의 시발적(始發的) 행사가 치러진다면 어떨까? 그것이 3월 2일이 입학식이면, 그날 오후에 아니면 입학식 전날에 그것도 생기가 넘치는 대학캠퍼스 내에서 말이다.

사후약방문이지만, 늦게나마 정부에서는 대학신입생 교외행사를 이젠 강제로 금지하는 것으로 한다니 대환영이다. 각 대학마다 분명 넓은 강당이 있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교외에서의 행사는 시간적인 소모일 뿐 아니라 물질적인 낭비도 너무 많다.

대학은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거기에다 학구적인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보충해줘야 된다. 동시에 새내기들에게는 ‘도덕적인 인간’이 될 것임을 선언하게 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허무맹랑한 가식으로 대학생활이 일그러질 가망성도 있다.

다시 말하면 대학이야말로 ‘인간교육의 장(場)’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수업에 나가 출석할 필요가 있겠는가? 차라리 사설학원에 다니면 될 것이다. 그리고 대학에서 중요한 것은 학생 각자의 외국어 등과 같은 장기(長技)를 갖추게 하는 장이 돼야 한다.

이와 같이 ‘대학’이라는 상아탑은, 사회주변에서 생기(生起)하는 여러 가지 일들의 의미(意味)를 통일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연습장이 돼야 할 것이다.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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