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세 모녀 자살, 누구의 책임인가?
송파구 세 모녀 자살, 누구의 책임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3.0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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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발생한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자살사건’을 계기로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빠져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오는 10월부터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최저생계비를 없애고 별도의 소득 기준으로 생계, 주거, 교육급여를 따로 지급하는 맞춤형 급여제도를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서울 송파구의 세 모녀가 살아있다 해도 이대로라면 까다로운 조건들 때문에 여전히 사각지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송파구 세 모녀의 삶을 살펴보자.

60대 초의 어머니가 30대의 미혼인 두 딸과 함께 작은 단칸방에서 월세로 살고 있었다. 암으로 가장이 먼저 세상을 떠난 후 12년 동안 식당일을 하면서 가정을 지켜왔다. 당뇨와 고혈압을 앓으면서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다쳐서 식당일도 못하게 되면서 그 정도의 삶도 유지하기 어려웠다. 한 부모가정으로서의 복지혜택도 누리지 못했고, 빈곤가정으로서 의료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토익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취직을 위해 노력해온 두 딸들도 신용불량자가 됐다. 세상과 사회는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고 ‘약육강식 적자생존’ 같은 밀림의 법칙만이 존재하는 무서운 곳이었다.

이들은 번개탄을 피워놓고 동반 자살을 감행하면서도 집세와 공과금을 챙겨서 봉투에 넣고 “주인 아주머니,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라는 글을 남겼다. 이들은 최후의 선택을 하면서도 정부와 이웃과 사회에 대한 원망 한 마디 없이 밀린 집세와 공과금을 걱정하면서, 의무만 다하고 권리는 못 찾아 먹는 어리석은 사람과 같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기초생활수급권자로 혹은 차상위계층이라도 신청만 했더라면, 한 부모 가정에 주는 최소한의 복지혜택이라도 이용할 수 있었더라면 조금은 도움이 됐을 텐데 그것도 신청주의라는 원칙 과 월 150만원이 넘는 소득이 있으면 혜택을 못 받는 제도 때문에 복지사각지대에 있었던 그들이었다.

“네 동생 아벨이 어디 있느냐”고 동생을 죽인 가인에게 이웃에 대한 책임을 물으신 하나님의 책임 추궁과 같은 말씀이 생각난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며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책임을 느끼게 하셨던 말씀도 생각난다. 강도 만난 사람에게 다가가서 긴급한 구호를 함으로써 그의 생명을 살린 선한 사마리아인도 생각난다. 우리는 우리가 일차적으로 그 세 모녀에게 이웃이 돼 주지 못한 책임이 있다.

사회적 안전망의 허술함을 살펴보고 메우고자 하는 수많은 사회복지단체들의 섬김과 봉사의 구조 속에도 구멍이 크게 나있다는 것을 보아야 한다.

결국 이 세 모녀의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는 말과 같이 사회적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은 국가만의 책임이 아니다. 모든 사회 구성원의 책임이다. 거기에는 공공의 유익과 봉사의 책임을 가지고 있는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신음소리를 내고 아파하고 죽어가는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된 약자들이 얼마나 있는지, 그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도와줘야한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언제쯤 고통 가운데서 신음하는 사람들의 신음소리를 함께 듣고 같이 아파하고, 같이 고통을 분담할 수 있을까?

<최병락 기아대책 울산본부장·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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