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의미
한 사람의 의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2.2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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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필자가 근무하는 회관에서 직원 한 사람을 채용했다. 그 자리는 계약직으로 시간제 근로를 하는 청소원 자리이다. 회관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건물이라 늘 시설 관리에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응모한 사람 몇 사람을 필자가 직접 만나봤다. 그런데 그 중 한 사람을 면접하면서 특별한 인상을 받았다. 지원자는 현재 일이 있었다. 급여나 시간제 계약직에 대한 근로조건에도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현재 자신이 하는 일은 저녁시간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낮 시간에 근로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일이면 뭐든 좋다고 말했다. 짧은 만남이었기 때문에 그의 내심까지 확인 할 순 없었지만 다른 지원자에 비해 젊고,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고 생각돼 채용을 결정했다.

그 직원이 일한지 아직 한 달이 채 안 된다. 하지만 그 직원은 통상적인 출근시간으로는 청소원이 일을 시작하기에 적절치 않다며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건의했다. 일상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해 내고 있어 지금 회관의 모습은 예전에 비해 깨끗한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기존 직원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지 한 사람이 바뀌었을 뿐인데 말이다.

이 사회는 많은 사람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시스템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때 각 개인에게는 역할과 책임이 있고 그 기능을 맡은 바 위치에서 다 해 줄 때 순기능을 발휘하고 유지되는 것이다. 오늘날 기업은 생존을 위해 ‘지속가능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비단 기업만이 아니다. 작게는 가정에서 크게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직체는 지속적인 성장을 하지 못 한다면 도태돼 새로운 질서에 편입되고 만다. 이때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것이 변화이다. 변화는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진행되는 방법도 있겠으나, 한 사람의 힘으로 변화가 시작되는 사례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버지니아 아주엘라는 ‘리츠 칼튼 샌프란시스코 호텔’에서청소부로 일을 하면서 자신의 ‘허드레 일’을 ‘핵심 고객서비스’로 승화시켰다. 그로 인해 호텔이 생산성 품질 대상인맬콤 볼드리지 대상을 수상하는데 1등 공신이 됐다. 평범한 한 청소원이 해낸 일이 이렇게 대단하다. 조금 더 역사를 거슬러 가면, 크림전쟁이 한창이던 1854년 이스탄불의 영국군 야전병원에 한 간호사가 있었다. 그녀는 평범한 다른 간호사와 같이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비친 현실은 부상자에게 불합리한 점이 너무 많았다. 이것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녀는 병원의 관리 시스템 개선을 제안하고 스스로도 현장에서 적용할 시스템을 구축해 나갔다. 또한 야전병원 운영개혁을 위해 제안 서한도 1만200통이 넘게 제출했다. 그 후 야전병원의 관리와 운영시스템이 변화되고 환자의 사망률은 42%에서 2%로 급감했다. 그 간호사의 이름이 바로 나이팅게일이다.

이 외에도 역사의 변화 중심에는 대부분 ‘한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의 영향력으로 세상이 바뀔 수 있다.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방면에서 그런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가정과 직장만 살펴봐도 변화의 중심에는 그 누군가가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바라 본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대의(大義)가 아니라 가까이서 생활하는 동료이고, 이웃이고, 고객이었을 것이다. 그 선(善)하고 긍정(肯定)적인 마음에서 세상의 변화는 시작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의미는 이런 것이다. 당신도 그 사람이 될 수 있다.

<유인숙 울산시 여성회관 여성새로일하기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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