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 한술 뜨고 봄맞이 나서볼까~
보양 한술 뜨고 봄맞이 나서볼까~
  • 주성미 기자
  • 승인 2014.02.2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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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삼호동 ‘강촌 잉어찜’
가장 작은 크기의 잉어찜. 찜 위에 얹어진 각종 양념과 야채를 흰 살과 함께 먹으면 일품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울산지역에 민물고기는 달가운 식재료는 아니다. 싱싱한 활어가 풍족한, 강보다는 바다가 익숙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잉어찜은 낙동강이 흐르는 경북 안동이나 구미에서 유명한 먹거리다. 낙동강을 따라 보부상을 대상으로 매운탕과 잉어찜을 팔기 시작했던 것이 그 유래라고 전해져온다.

낙동강변에서만 맛볼 수 있을 것 같았던 잉어찜을 울산 태화강변에서도 즐길 수 있다.

남구의 삼호교에서 남산로를 따라 와와삼거리 방향으로 가다보면 있는 ‘강촌잉어찜’이 그곳이다. ‘강촌’이라는 이름처럼 가게는 태화강을 바라보고 있다. 주택가가 시작되는 곳에 있는 이 가게는 주변에 다른 음식점 하나 없는 자리를 22년 동안 지켰다.

이 가게 메뉴는 ‘잉어찜’ 단 하나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소·중·대로 나뉜 크기뿐이다. 중간 크기가 4인 가족이 즐기기에 적당한 양이라고 할 수 있다.

‘잉어찜’의 요리시간은 1시간가량. 기다리는 데 지루할 수 있으니 예약은 필수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따끈하게 구워낸 부침개가 나온다. 가장자리는 바삭하고 가운데는 두툼하다. 해물도 없이 부추와 당근, 양파 등 갖가지 야채만으로 부친 부침개로 허기를 달래고 있으면 식욕은 더 살아난다.

잉어찜이 나오기 전 깔끔한 밑반찬이 준비된다. 고추전, 김치 등 반찬은 소박하다. 잉어찜의 매콤함을 달래주는 동치미와 콩나물국도 준비된다.

 

은박지에 쌓인 잉어찜이 주방에서 나오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먼저 잉어의 크기에 놀란다. 잉어 위에 소복하게 얹어진 고춧가루, 파, 다진 마늘 등 붉은 양념이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잉어찜의 양념을 걷어내고 배를 가르면 하얀 속살이 드러난다. 그 맛에 또 한 번 놀란다. 담백한 맛에 쫄깃한 식감이 그대로 살아있다. ‘어두육미(魚頭肉尾)’라더니 잉어의 쫄깃한 맛도 머리로 향할수록 더 깊어진다.

처음에는 다소 진하고 자극적이던 양념은 흰 속살에 매콤함과 감칠맛을 더한다. 매운 맛은 시원한 동치미 국물과 따뜻한 콩나물 국으로 달래면 된다.

따끈한 흰 쌀밥 한술에 얹으면 그 어떤 산해진미도 부럽지 않은 한 끼가 된다.

22년째 가게 주방을 지키고 있는 주방장 권영식씨는 “비린내를 없애려면 잉어를 손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리를 하는 데 화력과 시간조절이 가장 중요하다”며 “덜 찌거나 너무 찌면 잉어의 색도 변하고 참맛을 느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복과 효의 상징 건강식품 잉어

잉어는 비교적 큰 민물고기로 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니어(鯉魚)’라고 나와 있는 잉어는 몸을 보하는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았다. 소변을 원활히 보게 하고 기를 내리고 태아를 안정시킨다고 한다. 임산부의 붓기를 빼는 데도 효과가 있다.

잉어는 복을 가져다주는 동물로도 알려져 있다. 꿈에 잉어가 나오면 임산부는 아들을 낳고 관직에 있는 이는 크게 출세하며 사업가의 사업은 번창한다고 믿었다.

‘오륜행실도’에 실린 왕상의 효행담에서 잉어는 ‘효’를 상징한다. 효성이 지극한 왕상이 엄동설한에 얼음을 깨고 잉어를 잡아 계모를 봉양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는 이같은 이야기가 전국에 걸쳐 전해지고 있다.

잉어는 보양식으로 매운탕이나 회로도 즐긴다. 지금은 사시사철 먹을 수 있지만 예전에 잉어찜은 여름철 허한 기운을 채우기 위한 귀한 보양음식이었다고 한다. 글·사진=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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