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를 없애자
청문회를 없애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2.20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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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열리는 청문회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이런 청문회로는 옳은 인물을 뽑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라를 맡아 국정을 운용해 가야 할 사람의 첫째 자격조건은 도덕성보다 특정 분야에 대한 고도의 지식과 식견이다. 그리고 많은 경험에서 얻어진 경륜과 통찰력으로 미래에 대한 비전과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청문회장에서 묻는 것은 이런 능력이 아니라 후보자의 지난 과거사나 신상이다. 수십년 전 일들을 꺼내 침소봉대하고 험집을 내는가 하면 여론재판을으로 후보자를 주저앉히는 것이 전부다. 물론 도덕성과 청렴성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나랏일을 잘해낼 수 있는 전문성과 능력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세계적 불황과 양극화 그리고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나라가 난국에 처했을 때는 도덕성에 조금 하자가 있더라도 이를 해결할 유능한 인재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역대정권이 바뀔 때마다 때가 덜 묻은 대학교수 중에서 택하게 됐다. 그런데 교수들은 실물 경제나 실제 행정경험이 부족하다. 또 특정 분야에만 전문성이 있을 뿐 전체를 통합적으로 보는 거시경제나 실물경제엔 약하다. 또 이념성이 너무 강하고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 외골수적인 경향이 있다. 때문에 특히 경제부총리 같은 경우는 글로벌한 안목과 해박한 지식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얼마 전 퇴임한 미국 연방은행의 버냉키는 미국경제가 흔들리고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돈을 무진장으로 풀어 채권을 구입해 소위 양적 완화로 미국경제를 살려 냈다.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했다고 해서 그는 ‘헬리콥터 버냉키’란 별명을 얻었다. 그가 이런 결단을 내릴수 있었던 것은 대학에서 위기관리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늘날 글로벌한 경쟁체제에서 모든 각료는 도덕성 보다 그 방면에 최고의 전문지식과 통찰력, 미래를 보는 눈과 결단력이 필요하다.

청문회가 이렇게 정상괘도에서 벗어난 것은 소위 ‘청문회스타’가 돼 보고자하는 국회의원들의 욕심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해찬 전 의원은 5공 청문회때문에 스타가 됐다. 전 대통령에게 명패를 집어던지고 재벌 회장들에게 호통을 쳤다. 그 뒤 청문회는 모든 국민들 앞에서 강력한 자신의 이미지를 심는 ‘기회의 장’으로 변모해 버렸다.

유능하지만 때가 덜 묻은 인물이 정부요직을 맡는다는 것은 물론 온당치 않다.

그러나 국제경쟁이 극심한 신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도덕성은 높지만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보다 조금은 청렴성이 떨어져도 유능한 인물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우리는 이렇게 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들에게 더 유익하기 때문에 그런 약간의 하자는 감내해야 한다.

이번 정권 초기에 국방장관 후보로 전략과 통솔력이 뛰어나다며 퇴역장성들 추천한 인물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청문회의 단골메뉴인 ‘위장전입’ 등 부적절한 이유로 탈락했다. 우리니라에 전쟁이 났다고 가정하면 도덕성보다 누가 가장 전략을 잘 세우는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현 경제부총리가 실언을 하고 탁월하지 못하다는 얘기가 있다. 해양수산부장관도 우습게 물러났다. 장관들이 모두 자기소신은 없고 모두 청와대만 쳐다보고 있다고 야단들이다. 이게 모두 이런 신상털이 청문회때문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청문회 후보자의 도덕성에 대해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정보기관, 경찰이 맡아 부도덕성이 지나칠 경우 그 단계에서 걸러내면 된다. 나머지는 대통령이 전문성과 능력을 따져 임명하는 것이 삼권분립 헌법정신에도 맞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도 훨씬 더 유익하다고 믿는다. 지금 이대로라면 갈수록 무능한 반면 청렴한 인사들만 뽑혀 국가발전은 정체되고 국정에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김용언 김소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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