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 협동조합이 대안이다
물가안정, 협동조합이 대안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2.1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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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우리나라에도 협동조합 설립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신설된 협동조합은 월 평균 286개였다. 사업 유형별로는 도소매상, 농림어업, 제조업, 문화, 교육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설립 유형별로는 사업자협동조합(64.1%)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다중이해협동조합(16.1%), 직원협동조합(8.8%), 소비자협동조합(7.2%)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와 같이 협동조합 설립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기업의 동네상권 잠식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책의 하나로 중소상인들이 힘을 합쳐 사업자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있는 것이다. 또 상품의 가격은 자꾸 올라가는데도 불구하고 품질은 믿을 수 없는 경우 소비자협동조합을 설립해 질이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공동구매를 하기 위해서다. 또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소규모 창업을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들어 물가가 이상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년도 같은 달에 비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개월째 1%대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공공요금(가스 및 전기 요금), 대중교통비, 과자, 빵 등 가공식품, 외식비, 전세금 등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로 가계소득은 떨어지는데 생활비는 오히려 오르고 있으니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에서 여러 가지 물가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치솟는 물가를 잡는 데는 역부족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직접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협동조합을 결성해 공동구매에 나서는가 하면, 생산자협동조합을 만들어 중간상들이 챙기는 유통비를 없애 상품가격의 인상요인을 줄이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동조합 결성이 물가안정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물가상승률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울산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울산의 경우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지 1년만에 48개의 협동조합이 결성됐다고 한다.

그 중에서 지난해 4월, 지역의 개인 및 법인택시 운전기사와 시민들이 함께 설립한 ‘교통문화협동조합’이 최근 ‘에너지 공동 구매’를 통해 경주지역의 LPG 가격을 인하하는데 성공했다. ‘교통문화협동조합’은 개인택시 경주지부로 하여금 LPG가스충전소와 공동구매 협약을 체결토록 함으로써 경주지역 LPG 공급가격이 지난 1월부터 55원이나 인하(1천102원에서1천47원)됐다. 이에 따라 경주지역에서 LPG를 사용하는 개인택시들은 한 달에 8~10만원(1천ℓ 사용 기준)의 연료비를 절감하게 됐다고 한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의 영세상인과 길거리 포장마차들도 그 혜택을 보고 있다고 한다. 지금 경주지역의 LPG 가격은 울산(1천135원 수준) 등 여타 지역의 가격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어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공동구매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고 있다.

‘교통문화협동조합’은 앞으로 울산지역에도 LPG 공급업체와 협약을 맺어 공동구매 형식으로 유류비를 낮출 계획이며, 점차적으로 타이어 및 자동차 부품 공동구매, 통신판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택시사업자들의 영업비용을 계속 줄여나갈 것이라고 한다. 협동조합이 제조회사와 직접 협약을 맺어 타이어와 같은 소모품을 공동구매하고 택시의 콜, 통신장비임차 등을 공동계약하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을 인하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협동조합은 ‘여럿이 함께 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경제학의 기본원리를 실현하는 기반이 다. 앞으로 울산지역에 이와 유사한 협동조합들이 많이 설립돼 물가안정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창형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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