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노멘클라투라 ·노동귀족·비정규직
[데스크 칼럼] 노멘클라투라 ·노동귀족·비정규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7.0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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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소련에는 ‘노멘클라투라(Nomenklatura)’ 특권층이 있었다. 이 계급은 권력에 의해서 부를 손아귀에 넣는다. 그들은 독재 권력을 강화하고, 전 세계에 이 체제를 확대해 나가려고 했다.

소비에트 공산당의 당 강령은 1908년까지 소비에트가 아닌, 계급이 없는 ‘공산주의 사회가 기본적으로 건설을 마치고 있다’고 내다보고 있었다. 레닌과 스탈린이 ‘새로운 계급’을 만들었다. 권력을 장악한 레닌의 ‘직업 혁명가의 조직’이 스탈린의 노멘클라투라로 고착, 소비에트의 새로운 지배계급이 되었다. 인민에게는 사회주의적 희생정신을 강요하고 자신들끼리는 자본주의의 물질적 풍요를 누렸던 노멘클라투라는 소련을 파멸에 이르게 했다.

노멘클라투라는 오늘날 노동 귀족에 비유되기도 한다. 노동 귀족이 포함된 산별노조와 ‘노동 하층’ 비정규직 노동자가 맞물려 사회 문제의 큰 골격을 이루고 있다.

노동귀족은 일반적인 노동자들보다 고액의 임금을 얻고 의식 구조가 부유층과 같아진 특권적 노동자층을 뜻한다. 산업화 초기 영국이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식민지 체제에서 초과이윤을 얻고 있을 때 숙련노동자 중심의 특권적 소수가 노동귀족을 형성했다. 노동귀족은 좋은 보수를 받는 노동자 상층으로 자본에 매수된 부패한 노동자층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산별노조는 ‘동일노동-동일임금’을 표방한다. 지금의 대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애처럼 똑같은 공장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받는 차별을 없애자고 한다.

이 원칙은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친 산업자본주의시대 노동운동이 만들어 놓은 것으로 21세기 무한경쟁의 정보화 시대에 걸맞다고 보기 어렵다. 정보화시대의 노동은 산업시대 노동의 가치와 질이 현격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산별노조라는 거대 집단과의 교섭은 필연적으로 경영계의 교섭력을 약화시키기도 하지만 정치파업을 일삼아 산업평화가 깨질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산별교섭은 유럽에서도 흘러간 유행가가 되고 있다. 결국 기업별 노조의 산별노조로의 전환은 노사간의 신뢰가 있느냐가 보다 중요한 기준이 된다. 기업별 노조가 산업별 노조로 전환한다는 것은 노동운동에서 볼 때 전진이고 진보다. 반면 경영계에서 보자면 근심과 우려의 요소가 더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무한경쟁의 세계 질서 속에서 우리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서로가 서로를 믿고 신뢰하며 미래를 위해 지금 각자가 한걸음씩 양보할 수 있는 대범함이다.

노동귀족은 노동자의 분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기업 정규직의 노동 귀족론이 퍼지는 한쪽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쪽으로 노동조합운동의 힘을 이동시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비정규직에 양보 없이 눈앞 이익에만 급급한 정규직노조는 결국 양극화와 갈등을 재촉할 뿐이다.

민주노총이 지난 2일 총파업을 강행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포함한 산별 금속노조 중심의 114개 사업장에서 8만8000여명이 참가했다. 현대차 조합원들은 파업을 강행한 지도부에 대한 불신감을 계속해서 드러냈다. 특히 GM대우와 쌍용자동차가 파업을 거부한 상황에서 또다시 현대차가 민주노총 주도의 파업에 앞장선 형국이 된 데 대한 불만이 높다.

현대자동차측은 이날 부분 파업으로 2천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300억원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으며 기아자동차 또한 900여대, 120억원의 피해를 봤다.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진행된 민주노총의 파업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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