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국 세계적 자동차업체가 찾는 금형전문기업
그린카 시대 열어갈 세계 10대기업에 도전한다
14개국 세계적 자동차업체가 찾는 금형전문기업
그린카 시대 열어갈 세계 10대기업에 도전한다
  • 정인준 기자
  • 승인 2014.02.16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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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한국몰드
▲ 한국몰드 공장 내부 전경.

지난 14일 울산 북구 매곡산업단지 내 한국몰드 내 이름이 붙어있지 않은 공장동 3층 소회의실에는 10여명의 외국 엔지니어들이 노트북을 켜놓고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진지해 사진을 찍을 수 있느냐고 했더니 동행한 이 회사 안현준 부장은 “기업비밀”이라며 거절했다. 프레젠테이션 되는 화면을 찍자는 것도 아니었고, 뒷모습을 찍어 분위기만 전하자고 했더니 “업계가 좁기 때문에 사람이 나오면 누군지 알 수 있고, 어떤 프로젝트 때문인지를 완성차 업계에서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안된다”고 거듭 거절했다.

안 부장의 설명은 이랬다. 금형제작 기간은 약 8개월 정도 걸린다. 금형은 현대·기아차와 같은 완성차 업계가 신모델을 출시하기 전 사전제작에 들어간다. 그래서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가 알려지면 신차출시에 큰 타격을 받는다고 했다. 그래서 새로운 금형제작에 들어가면 기업보안이 생명이라고 밝혔다.

한국몰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금형전문기업이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일본의 닛산, 미쓰비시, 도요타, 인도 타타, 이란 사이파, 러시아 아비토바스, 말레이시아 프로톤 등 전세계 14개국 자동차 메이커가 한국몰드의 거래처다. 한국몰드만이 제작할 수 있는 특수금형들이 세계적인 완성차 메이커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몰드는 1987년 설립됐다. 설립 당시 10명의 직원으로 출발했던 한국몰드는 현재 190여명이 근무할 정도로 성장했다. 울산본사(99명)와 김제공장(90명)이 있다. 울산에는 승용차형 금형제작과 부품제조를 하고 있고, 김제공장은 상용차(트럭, 버스)용 부품제조업을 하고 있다. 한국몰드가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개발에 전력투구 했기 때문이다.

한국몰드는 자동차 범퍼와 운전석 계기판 등 대형금형부터 라디에이터 그릴 같은 정밀한 미세금형까지 20여가지 제작기술을 갖고 있다. 고객의 니즈(Needs)에 맞춘 다양한 기술은 설계해석부터 시제품 제작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특히 한국몰드는 기존에 사용하던 강철금형을 대체해 강철보다 더 단단하고, 가볍고, 복잡한 공정을 축소한 플라스틱금형을 개발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보다 저렴한 금형을 제작할 수 있는 게 한국몰드의 자랑이다.

1999년 개발한 ‘인서트 필름 몰드’ 기술은 크롬도금이나 페인트칠 등 10여가지 공정을 단축해 처리할 수 있는 기술로 세계금형학회지에 게재돼 주목을 받았다. 이 기술을 자동차 앞 라디에이터 그릴에 적용한 결과 ‘반짝반짝’한 제품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예전엔 사출된 제품에다 코팅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이 기술은 사출과 코팅을 한 공정으로 할 수 있게 했다. 현재 광택이 나는 현대차의 앞 그릴은 이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기술은 자동차 내장재(도어부분)에 나뭇결 등 무늬사출도 가능하게 했다.

또 다른(플라스틱과 고무 등) 두 소재를 이어붙여 사출할 수 있는 ‘텐덤몰드’ 기술도 있다. 텐덤몰드는 두 개의 금형틀에서 1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금형기계보다 생산성을 2배 높였고, 플라스틱 자재 비용도 50% 이상 절감한다.

이와 함께 한 제품에 두 가지 색을 표현할 수 있는 ‘투 샷 인젝션 몰드’ 기술도 한국몰드의 대표 기술이다. 검정색이나 회색 일체형 부품에 포인트로 다른 색를 표현해 낼 수 있게 한 것. 다른 기업들이 할 수 없는 독자적인 금형제작 기술을 확보했고, 이러한 기술은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고일주 대표이사는 “금형제작은 어떤 소재로 어떤 제품을 만드느냐에 따라 열전도, 냉각시점 등 특성이 달라진다”며 “다가오는 그린카 시대를 준비하고 이에 걸맞는 세계 10대 금형제작 전문기업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CEO 인터뷰

 

▲ 고일주 대표이사.

“한계 극복·미래 위한 준비로 10년 후엔 5천억원 기대”

“매출 500억원을 돌파하면 5천억원까지 쉽게 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몰드 고일주(사진) 대표이사는 10년후 회사의 미래를 이렇게 밝혔다. 금형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사업 다각화를 준비하고 있는 경영자로서의 각오다.

한국몰드는 지난해 매출 400억원을 기록했다. 내년쯤 500억원을 돌파하면 중장기 사업계획에 따라 매출이 수직상승할 것이란 게 고 대표의 전망이다.

그는 “기존 자동차 부품제조 사업을 확대하고, 자동차 튜닝용 액세서리 완제품 시장에 진출한다”며 “이는 현금 회전력이 느린 금형사업의 약점을 보완해 안정적인 현금창출 능력을 높이는 경영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몰드는 지난해부터 자동차부품 제조역량을 확대하는 한편 자동차 튜닝시장에 진출했다. 자동차 튜닝제품은 산타페용 앞범퍼 액세서리와 발판(사이드스탭)을 만들어 현대모비스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한국몰드의 강점인 금형제작 기반을 살려 디자인적 요소를 입히고, 고유 브랜드를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전략이다.

고 대표는 “자동차 튜닝시장은 제품의 질도 중요하지만 디자인, 마케팅 요소가 무척 중요하다”며 “일단 출시이후 업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산타페용 액세서리를 시작으로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 대표는 “신규사업 확대를 위해 울산에 신규공장 부지를 마련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 대표는 미래를 위한 신성장동력으로 자동차 경량화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 탄소섬유 등 신소재를 적용할 금형기술 개발이나 제품개발 등이 그것이다. 이 부문은 김제공장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전주대학교와 ‘탄소융합인력양성협약’을 체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전주는 탄소산업을 중점 육성하는 시책을 펼치고 있다.

고 대표는 “시장에서 경량화에 대한 대안으로 탄소섬유 등이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비싼 가격 등을 이유로 수면아래에 있는 실정”이라며 “그렇더라도 한국몰드가 이에 대비하는 건 미래를 위한 준비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고 대표는 국내 금형업계에서 그 이름만으로 존재감이 대단하다. 지난 27년여간 오로지 자동차 금형분야 국산화에 매달려 국내 금형산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고 대표는 이러한 공로로 2012년 4월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이달의 기능 한국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 대표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독창적인 기술로 승부했고, 이는 한국몰드의 오늘을 있게 했다. 고 대표는 “열정과 자신감만 있으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말한다. 그의 길이 그래왔고 앞으로 갈 길도 이와 같다.

그는 “예전엔 CEO가 ‘나를 따르라’는 독불장군형이었다면 지금은 좋은 생각들이 공유되면서 함께 성장하는 협업의 시대”라며 “한국몰드는 이러한 가치를 존중하며 직원 모두가 행복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우리회사 어때요?

 

▲ 안현준 경영지원 부장.

“한마디로 투명·젊음·자율·책임이죠”

한국몰드 안현준(경영지원·사진) 부장은 “하루하루 일하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틀이 잡혀 가면서 성장하는 게 보이기 때문이다. 안 부장은 올해 입사 2년차다. 20여년간 부산에 모 철강회사에서 잔뼈가 굵었던 그가 한국몰드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한국몰드는 경영이 투명합니다. 직원 모두가 경영실적을 알고 있고, 성취의욕이 대단합니다. 젊다는 게 장점이랄까요? 대표이사의 근검절약하는 모습과 비전에 감동을 받아 이 회사에 뼈를 묻어도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안 부장에 따르면 매월 첫째 월요일에 경영실적을 공개한다. 윤리적으로 투명경영을 위한 원칙을 정했기 때문이다. 실적공개를 하는 것은 실적에 따라 성과배분을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며 개인과 회사 성장에 대한 동기부여도 된다.

안 부장은 고일주 대표의 근검절약 정신에 놀랐다고 말했다. 고 대표의 씀씀이는 사원복리후생 등 꼭 써야할 곳에는 통크게 쓰지만 자신에 대한 것은 인색하다고 했다. 출장 땐 빵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고 했다. 이러한 마인드가 한국몰드의 문화라고 했다.

안 부장은 회사의 도약을 위해 체계를 잡는 일을 하고 있다. 성과보상 문제나 인사, 경영시스템에 대한 것들이다.

“원칙을 세우는 것이죠. 원칙을 따를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하고 규범을 만듭니다. 내부약속으로 해보니 성과가 바로 나타납니다. 사원들이 젊다보니 에너지가 모이고 응축되는 게 보입니다”

안 부장은 “이제 입사 2년차 지만 한국몰드의 성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며 “자율과 책임이 조화롭게 균형잡힌 문화가 이를 실현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정인준·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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