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부자 되는 법
모두가 부자 되는 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1.2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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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거짓말이 있다. ‘국민 모두가 행복한 세상 만들기’나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국민경제 구현’ 같은 말이다.

자본주의는 국민 모두가 예외없이 잘 살 수 있는 경제체제가 아니다. 엄격한 경쟁·선별체제다. 왕정형태가 대부분이었던 17세기에서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정복의 시대때 일부 유럽국가는 가능했다. 광활한 식민지를 착취해 산물을 본국으로 몽땅 가져오면 정복국의 경제는 번영이 넘쳐나게 된다. 외부에서 경제재가 무상으로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시스템을 갖춘 동시에 말단까지 공평하게 잘 분배되는 시스템이 함께 갖춰진 상태가 아니라면 국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경우는 세상에 없다.

자본주의란 일견 자유시장을 통한 공정한 교환경제의 형태를 띠지만 실제로는 노동착취에 기반한 불공정한 체제다. 신기술 보유, 생산효율 우위 등 경영상 비중이 비교적 작은 몇몇 요소를 제외해 버리면 결국 남는 건 인건비 남기기다. 전근대적인 경영기법이라 폄하하기도 하지만 가장 손쉽고 가장 광범위하게 채택되고 있는 경영방식이다. 노임이 자국보다 100배 가까이 낮은 인도 스리랑카 아프리카 등지로 선진국 자본이 공장을 옮기는 세계적 추세가 그 증거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만 달러를 넘는 룩셈부르크, 노르웨이에도 부자가 있고 가난뱅이가 있다. 기초생활 보장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 아무리 가난해도 우리가 통상 상상하는 기초생활 불능 정도는 아니다. 이런 연유로 국민 대다수가 부자인 나라는 실 구매력 기준 소득이 높으면서 공평분배가 이뤄지는 나라다. 최고수준의 소득보다는 오히려 얼마나 잘 나누는가가 관건이다.

최고경영자의 연봉을 제한하자는 스위스의 ‘1대 12 법안’, 미국 지자체의 생활임금 보장조례, 프랑스 등지의 부자세 신설과 증세, 복지선진국의 높은 담세율·고도복지 추진 등은 모두 ‘잘 나누기 위한 정책’의 예다.

자본주의는 돈이 돈을 벌어 주는 시스템이다. 어떤 경우라도 자본을 키워주게끔, 약자를 배제시키도록 설계돼 있다. 저축을 예로 들어 보자. 금융업이란, 속성상 자본약자(대출이용자)에게서 고리(高利)를 받아 자본가와 금융사가 함께 수익을 나누는 업이다. 약자 배제는 피할 수 없다. 아무리 창의적 아이템을 가져도 자본없는 노동자가 부자될 확률은 아주 낮다.

이러한 자본사회의 편파성에 의해 불가피하게 생겨난 빈곤자들에 대한 구제비용을 사회가 떠안아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국가의 책무다. 1998년 외환위기때 우리나라는 약 50조원을, 2009년 월가 위기때 미국은 100조원이 넘는 구제금융 손실을 입었다. 이유야 일자리 축소 등 더 큰 국가경제 타격을 막기 위한 기업지원이라지만 구제금융은 자본과 기업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필요하면 개인을 위해서도 집행해야 한다.

답은 복지사회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표현처럼 ‘복지는 기초생활 안전망에 대한 사회적 공동구매’여서 사회가 손해 볼 일은 절대 없다. 자본 규제와 종소세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가 필요하다. 멈칫거릴 시간이 없는데도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다.

모레가 설날이다.

덕담으로 “모두 부자 되세요”를 건네고 싶지만 거짓말을 할 순 없다. 대신 복지국가가 돼야 목적지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나누고 싶다. 복지만이 국민 대다수를 부자가 되고 행복하게 해주는 거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임상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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