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로 풀어보는 삶과 세상
경쟁률로 풀어보는 삶과 세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1.2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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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確率)은 일정한 조건하에서 하나의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의 정도, 또는 그것을 나타내는 수치를 이르는 말로 1보다 크지 않고 음(-)이 될 수도 없다. 보통 백분율이나 분수로 표기한다.

수학에서 확률은 사건이 발생할 경우의 수를,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로 나눈 값을 말한다.

수학 잘 하는 이의 수식을 옮겨보면, 예를 들어 45개 숫자 중에서 6개의 숫자를 무작위로 뽑을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는 814만 5060가지다 {(45X44X43X42X4 1X40) / (6X5X4X 3X2X1)=5,864,443,200 / 720 = 8,145,060}. 그리고 특정 숫자 6개를 한 번에 모두 뽑을 수 있는 경우는 이 가운데 단 한 경우뿐이다. 즉 우리나라 로또복권 1등의 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1등이 5명 나왔다면 복권 구입자가 4천만명(게임)이 넘었다는 의미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계산하면 2등이 될 확률은 1/ 1,357,510, 3등은 1/34,808, 4등은 1/733, 5등은 1/45이다.

로또복권 사업엔 불황이 없다. 경기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로또판매는 항상 증가한다. 1등이 천만명당 한명인데도 구매행렬은 줄을 잇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경마, 경정, 경륜과 인터넷 도박 등이 포함된 도박성 지출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 만큼 우리사회는 무모한 도전이 일상화돼 있다.

우리사회에서 부자가 아닌 상태에서 출발해 부자가 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해 고졸까지의 과정에서 탈락하는 경우는 전체의 10%에 미치지 않는다. 주로 가정이 해체되거나 청소년의 호기심 어린 일탈에 의해 발생한다.

대입은 전례없이 쉬워져 희망자의 80% 가량이 통과한다.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의 평균경쟁률은 50대1에 이른다. 이마저도 성적상위자의 경쟁이니 만큼 대졸예정자의 5%이내인 사람만 합격가능성이 있다. 9급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100대1이다. 여기까지에서 선택된 사람은 대충 벌어먹고 살기야 하겠지만 큰 부자의 궤도에 오를 사람은 1천명 중에 한명이나 될지 의문이다. 물론 경쟁없이 상위 1%를 물려받는 소수도 있긴 하다.

함께 출발했던 동년배들은 1%의 ‘위너’를 탄생시키고 60% 이상(우리나라에서 스스로를 하층이라 평가하는 비율)은 ‘루저’로 남게 되는 세상이다. 포기해야 할 상황은 아니지만 평생 그 상황을 타개하고 승급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 유지도 버겁다. 자본주의의 속성은 자꾸 판을 키우려 하고 판의 회전율을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또 위너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탈락자가 많아지도록 작동한다. 시간이 흐르고 판이 거듭될수록 기회와 이득은 상위 1%에 쏠리게 된다.

이런 ‘좁은 문’ 사회에서 대부분 국민의 삶은 경쟁에서 밀렸다는 자괴감과 실의에 찬 인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낭비뿐 아니라 계층 분리·고착화가 깊어지고 빈익빈이 심화된다. 개개인이 바라보는 곳이 다르고 희망과 관심사도 달라지며, 또 이것들이 사회적 벽을 형성해 반목·질시가 넘쳐나게 된다.

오늘 평범하게 출생하는 아이는 부모들의 온갖 장밋빛 기대와는 달리 로또 5등 당첨보다 더 낮은 성공확률을 갖고 태어나게 된다. 사회를 바꿔가야 할 부모들의 책임이 무겁다.

<임상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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