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어느 고깃집과 ‘하모니카’
대학로 어느 고깃집과 ‘하모니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2.23 21: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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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육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이가 그쯤 되면 단백질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옆에서 자꾸 권한다. 단백질은 채소류에도 있지만 채소만 매일 먹고 산다는 식습관은 이제 차마 싫다. 그래서 몸에 좋은 고기라면 앞으로 기꺼이 먹으려고 다짐도 해본다.

아이러니하게도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돼지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쇠고기 이외에는 아예 먹질 못하는 특이 체질이기에 그렇다. 그 몸에서 태어난 체질이니 어찌하랴 그 아들인데…. 이 특이체질이 조금씩 변해 가는지 울산으로 주거를 옮겨와서는 돼지고기를 슬슬 먹기 시작한 것이다. 대단한 신체적 일대 변화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어느 돼지국밥 가게는, 오래 전 울산시장으로부터 큰 ‘상’을 받았다고 한다. 소위 ‘신지식인상’이라고 하는데, 돼지고기의 특이한 비린내를 없앤 요리법을 도입하여 서민들에게 큰 공헌을 했다는 점이 인정되어서다. 그래서 그날부터 단골이 될 정도로 자주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본업이 강의를 하는 사람이라 돼지국밥 한 그릇 먹고 강의하는 날이면 그날은 효과 만점의 열정강의가 된다. 아니 돼지고기에 그런 에너지가 들어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울산대학 옆쪽에는 골목이 여러 개 트여있고 여러 음식점들도 즐비하다. 작은 공원을 낀 다소 조용한 장소에, 새로운 고깃집이 하나 들어섰다. 어쩌면 대학의 제2 식당이라 할 정도로 교직원들이 많이 왕래하는 맛집이다. 가게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서빙하는 종업원에서부터 여주인까지 늘 인상이 밝다. 심지어 고기를 쓸고 있는 아저씨까지도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니 또 찾고 싶어진다. 그래서인지 점심 먹으로 온 식객들도 덩달아 즐겁고 기분이 좋다. 고작 쇠고기국밥 한 그릇인데도 남녀노소 소탈하게 먹고 있는 것을 보면, 세상 살맛나고 활기가 넘쳐 보인다. 아니 다른 식당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그런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다.

왜 그러한 ‘묘한 분위기’가 날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가게의 사람들, 특히 가게주인을 비롯한 종업원들의 밝은 눈매에서 발견할 수 있다. ‘봉사의 정신’이 스며들어 있다는 말이다. 이 가게의 여주인은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한다. 독거노인은 물론 소외계층에 있는 사람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조용히 ‘기부봉사’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일을 할 수 없는 경우라면 ‘재능기부’를 해도 작은 선행이 되지 아닐까? 필자는 오래 전 중학교 때 생일선물로 하모니카를 선물 받았다. 애절하게 나는 그 소리에 매력을 느꼈는지 공부가 싫을 때는 자주 입에 대기 시작했다. 그 덕에 지금은 우리학생들과 더불어 ‘작은 음악회’를 개최할 정도로 조그마한 행복감을 맛보고 있다.

한 때는 울산에 있는 여러 어린이집에서 재능기부도 해보았다. 기껏 해봐야 3살에서 5살 정도 아이들에게 말이다. 하모니카를 불고 있으면 그들의 눈동자는 그지없이 맑아 보인다. 신기하게 구경하고 있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그 소리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장난만 치는 아이도 있다.

1막이 끝난 후 한 아이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선생님!…”하면서 조용히 부른다. “왜?”하고 물으니, “선생님! 힘들어 보여요!”라 한다. 원래 하모니카는 입으로 부는 악기라 호흡조절로 얼굴이 붉게 보이기도 한다. “선생님! 이제 다 끝났으니까요. 내가요… 이 하모니카를 각 속에 넣어줄게요…”라 한다. “아! 그래?…” 고마워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하라고 했다. 하모니카 각 속에 하모니카를 담고 있는 아이의 예쁜 고사리 손을 유심히 보니 너무나도 앙증스럽고 귀여운 행동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마음이 기특하고 더없이 해맑을까 생각하니, 그날 필자는 차마 집으로 돌아올 수가 없었다.

한해가 또 지나가고 있다. 조그마한 봉사정신을 생각해보면서 살아가는 것 또한 행복한 일이 아닐까?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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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훈 2013-12-27 15:24:42
국밥집 알바생에서도 열정을 느끼다니 성공하는 집은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