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보내는 ‘행운의 편지’
크리스마스에 보내는 ‘행운의 편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2.2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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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요. 사실 한달 전부터 캐롤을 들으며 근사한 화이트크리스마스를 상상해 온 터라 괜히 혼자 들떠서 행복한 12월을 보내고 있었답니다. 종교적인 측면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크리스마스는 우리 모두에게 동심의 선물이죠. 웃을 일 없는 각박한 세상에 이날 하루만이라도 말랑말랑한 감성들을 충전했으면 좋겠어요.

어린 시절 온 가족이 함께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산타클로스의 선물 역시 커다란 감동과 기쁨, 그리고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주었지요. 그리고 또 떠오르는 기억은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카드를 친구나 가족들과 주고받았던 겁니다.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행복 했던 것 같아요.

그런 기억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중요하기도 하지만 예술가의 의무 같은 어떤 사명감이 작용해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작은 동심 한 조각이라도 나눠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아니, 사실은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기 위해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어 보고 싶더군요.

목판화 작업을 하고 있는 필자는 지난 개인전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달마시안 이미지로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전하기로 했어요. 빨강, 초록의 달마시안 에디션을 만들어 붙이고 그려서 좀 단조롭긴 해도 나름 성탄 분위기가 나는 카드를 만들었어요. 작업실에서 음악을 들으며 스물다섯개의 카드를 완성하고 사인을 하기까지 무척 즐겁더군요. 그 즐거움은 기쁨을 함께할 대상이 분명하기 때문이었어요. 펜을 들고 내용을 쓰려는데 갑자기 난감해지기 시작했어요. 글씨가 예쁜 편이 아닌 것도 그렇지만 너무 오랜만에 써보는 크리스마스카드 앞에 쑥스럽기도 하고 뭐라 해야할 지 생각이 나질 않아 당혹스럽기까지 하더군요.

스마트폰은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이미 메일이나 SMS 등 인터넷으로의 소통에 익숙해져버린 자신에 조금은 놀라고 손 글씨를 쓰고 또 보내는 일이 낯선 이에게는 특히 하기 힘들고 친밀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임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어린 시절 얘길 하다 보니 한 가지 또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먼 곳의 친구와 펜팔을 했었어요. 마치 지금의 ‘Face book’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친구의 답장이 올 때 쯤이면 대문에 걸려있는 편지함을 들여다보다 못해 집배원아저씨의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면 달려 나가 우편물을 확인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 산타를 기다렸던 마음이 커 갈수록 친구의 답장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바뀌게 되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편지 대신 정체불명의 흰 봉투가 도착했어요.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돼’로 시작하는 ‘행운의 편지’였습니다. 그 편지를 받았을 때 기분은 조금 묘했어요. 똑같이 써서 타인에게 보내지 않으면 내게 불행이 온다니. 어렸을 때라 살짝 두렵기도 했지만 그런 헛된 행운을 받고 싶진 않아 다시 쓰진 않았던 것 같아요.

행운의 편지를 다시 떠올린 이유는 연방우편공사(Canada Post)가 16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는 보도를 접하기도 했지만 우표 붙여진 편지는커녕 우체통마저 사라질 것만 같은 메마른 시절에 차라리 크리스마스 시즌에 행운의 편지라도 유행해서 잊고 있던 감성을 확인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물론, 내용은 저주성 글이 아닌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걸로 말이에요.

이를테면 이런 내용은 어떨까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은 당신의 가족에게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하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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