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울산’의 가능성
‘위대한 울산’의 가능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2.1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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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반도를 샅샅히 이해하는 박양호 전 국토연구원장은 최근 울산을 ‘위대한 도시’로 가꿀 수 있다고 말했다. 감격스럽게도 미래문명 발상지의 중심도시가 될 수있다는 것이었다.

이 얘기를 들으며 몇 개의 그림을 떠올렸다.

첫 번째 그림은 산업의 찌꺼기가 없는 도시다.

울산은 지금 미포와 온산에 거대 공단을 가동하는 덕택에 부자도시란 평판을 듣는다. 그런데 돈은 있지만 폐수배출과 대기오염으로 삶이 찌든다면 허영의 도시다.

반대로 공장 옆 바다에 고래 떼가 놀고, 하늘에 철새 떼가 춤추면 경이로운 도시가 된다.

이런 공존의 모습을 갖추려면 공장폐수를 식히고 청정하게 바다로 내보내야 한다. 또 굴뚝으로 내뿜던 이산화탄소를 거둬들여 합성수지로 전환시키는 놀라운 기술을 실용화시켜야 한다. 이렇게만 되면 울산은 산업발전과 자연보전이 공존하는 ‘위대한 도시’ 반열에 설수 있다.

두 번째 그림은 도시화의 찌꺼기가 없는 전원이다.

울산에는 도심과 언양 온양 농소 등 부도심이 있다. 빌딩이 들어서고 차량이 줄지어 다녀도 그 주변 숲은 원시림처럼 깊고 아늑하다면 경이롭다고 할 수 있다. 도시 주변에서 난개발을 억제하고 숲을 보호하는 것은 어렵다. 대왕암 송림을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쉽다. 나무를 심고 200년은 보호해야 숲이 형성되는 것이다. 울산이 도시화지역과 자연환경이 조화로우려면 온양의 대운산 숲이나 언양의 석남사 뒤 숲 정도는 돼야 한다. 울산 전역을 그런 수준으로 올리면 위대한 도시라는 평판을 들을 수 있다.

위대(偉大)의 뜻은 사람 ‘인’(人)과 가죽 ‘위’(韋)가 결합된 의미라고 한다. 사람이 동물의 가죽을 걸쳤을 때 남과 다르고 크게 보인다는 뜻이다. 옛적 누군가 곰이나 호랑이를 잡아 그 가죽을 걸치고 다녔다면 누구나 우러러 봤을 것이다. 제사장은 짐승 가면을 쓰고 가죽옷을 입고 힘을 과시했다고 한다. 위대하다는 것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을 지니고 그 위용을 드러내는 것을 뜻한다.

‘위대한 울산’은 광역시로 승격한 뒤 계속된 구호다. 심완구 전 시장의 ‘큰 울산’이나 박맹우 시장의 ‘우뚝한 울산’도 같은 목표다. 다음 시장이 누가 돼도 비슷한 목표를 세울 것이다.

가장 늦게 출범한 광역자치단체가 과감하게 이런 목표를 설정한 것은 울산의 힘을 공감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한국인은 자기 나라가 대단한 나라라는 것을 잘 모른다”고 말한다. 한 개인을 보더라도 무엇에 몰두하면 자신의 가치를 모를 때가 있다. 한국이 그랬고, 울산도 그런 상태였다. ‘위대한 울산론’은 도시 정체성을 깨닫으면서 생겨났다.

울산은 지난 50년간 이룩한 산업근대화로 그 힘을 실증했다. 또 가장 융성했던 신라의 국제교역항이었고 고대의 첨단제철산업의 산실이었던 것도 알게 됐다. 국보이자 세계적 문화재인 반구대암각화에서 깊고 넓은 울산의 저력을 상징적으로 파악했다. 무엇보다 울산은 내륙과 해양이 만나는 반도의 끝에 있으면서 모든 에너지가 응집된 싹이나 꽃봉오리와 같다. 울산의 가장 근원적 힘은 이런 지형·지세에 있다.

다음의 울산 시장은 전직 시장들이 걸었던 크고, 우뚝하며, 위대한 울산을 달성할 목표를 세울 것이다. 어쩌면 이 시대에 도래한 세계3차산업혁명의 거점으로 울산을 끌어올릴 매우 큰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울산은 문명의 여명기에 고래를 잡고, 암각화를 그렸을 때 이미 위대한 운명이 결정됐다고 볼 수 있다.

<김한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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