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을 기다리며
갑오년을 기다리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2.1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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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갑오년’이다. 호사가들은 2014년은 ‘청말띠 해’라고 한다. 甲은 청색을 상징하고 지지 午는 말을 상징한다고 하는 말이다. 서양에는 청마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유니콘 전설이 있다. 동양에서 청말 띠는 성격이 곧고 활달한 특징이 있다고 한다. 물론 10간 12지는 음력기준이다.

말은 박력과 생동감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순발력이 뛰어나고 탄력있는 근육, 미끈하고 탄탄한 몸매와 힘차게 휘날리는 갈기, 튀어 오르는 힘의 발굽과 거친 숨소리는 강인한 인상을 준다. 이처럼 말은 12지 동물 중에서 가장 역동적이다. 하늘을 나는 천마를 비롯해 신라와 가야의 토기·토우에는 말이 많이 그려져 있다. 말이 죽은 영혼을 이승에서 저승으로 실어 나르고 승천해 다음 생으로 이어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울산의 역사와 문화에도 말과의 인연이 많이 남아 있다.

삼국사기 열전 居道조에는 탈해 이사금 때 지방관 거도가 우시산국(울산)과 거칠산국(동래)을 정복하는 과정이 기록돼 있다. 거도는 가끔 많은 말을 장토(張吐)벌에 모아놓고 군사들이 말 달리며 놀게 했다. 지방 사람들이 이 놀이를 ‘마숙(馬叔)‘이라 부르며 방심한 틈을 타 거도는 울산을 정복해 신라에 포함시켰다.

두동면 방리 유적 등 몇 곳에서 말안장이나 흙 가리개 등 말갖춤(馬具)유물이 출토되기도 했다. 울산의 민속놀이 마두희(馬頭戱)는 동대산이나 언양 고모령의 형세가 말머리를 닮아 바다에 빠지는 것을 걱정해 머리를 끌어당겨야 한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보물 441호인 태화사지 12지상 사리탑에도 말이 새겨져 있다. 동구 남목에는 말 목장이 있었고 말을 관리하고 왕실에 진상하는 업무를 맡은 관리도 있었다. 영남알프스와 범서에는 말구부리 고개가 있다. 말이 구부러진 곳이란 지명이다.

지금도 울산과 말과의 인연은 계속되고 있다. 울산에서 생산된 ‘포니, 갤로퍼, 에쿠스’가 그것이다. 포니는 ‘몸집이 작은 조랑말’, 갤로퍼는 ‘질주하는 말’을 의미하며, 에쿠스는 라틴어로 ‘개선장군의 말, 멋진 마차’를 뜻한다.

역사 속의 갑오년은 그냥 그런 해가 아니었다. 120년 전, 1894년도 조선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급변하고 있었다. 동학농민전쟁과 청일전쟁, 근대사의 획기적인 전환점인 갑오경장이 잇따랐다. 프랑스에선 드레퓌스 사건이 있었다.

1234년 갑오년엔 몽골의 고려 침입이 있었고 1474년엔 경국대전이 반포돼 법의 기초를 다졌다. 1954년에 베트남 전쟁 개시와 독도에 한국영토 표지를 세우고 독도등대가 점등됐다. 반공포로 석방과 한글파동도 이 해에 있었다. 갑오년은 개혁과 새 지표, 갈등과 전쟁의 해가 많았던 것이다.

내년엔 6·4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말처럼 부지런히 일하겠다는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소치 동계올림픽, FIFA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평화의 제전도 내년에 열린다.

이제 송구영신과 함께 사람들은 또다시 간절곶의 찬란한 일출을 기다린다. 새해에 뜨는 해는 어제의 해가 아니다. 새로운 마음, 새로운 뜻을 새로 뜨는 해에 담으려는 의지다.

갑오년을 상징하는 말은 다양하게 활용됐다. 새옹지마, 지록위마, 주마가편, 몽골과 고구려 의 기마병, 차량의 이름…. 용도에 따라 다양한 변주를 보이며 우리와 함께 한 말. 땅을 박차고 달리는 힘찬 말처럼 모든 사람이 힘을 낼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김잠출 국장/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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