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
창과 방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6.2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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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전당대회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 7명 중 정몽준 최고위원과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을 ‘빅2’라고 부른다. 나머지 주자들에 비해 원내 진출 횟수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 전 부의장은 5선을 했고 정 최고위원은 6선의원이다. 박희태 후보가 4·9총선에 불출마했기 때문에 5선에서 그쳤다. 만일 출마해서 당선 됐다면 둘 다 6선인 셈이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을 ‘양자 대결’로 축약하는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정몽준 의원은 여타 후보에 비해 두드러진 국내외 이미지가 구축돼 있다. 세계 축구연맹 부회장, 대한 축구협회 회장, 현대 중공업의 실질적 소유주, 그리고 현 정부 출범 초기 대미 특사였던 점도 튀는 부분이다. 정 의원이 울산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40, 50대로부터 폭 넓은 지지를 얻고 있는 이유를 알기 위해선 아무래도 2002년 대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는 게 옳다.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국민통합 21’의 대선 후보였다는 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새천년 민주당 후보와의 불협화음으로 중도 사퇴하는 일이 벌어지긴 했지만 젊고 ‘새로운 바람’을 갈구했던 당시 유권자들에겐 ‘애틋한 사건’ 으로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지금도 그때처럼 뚜렷한 당내 지지기반 없이 ‘바람’에 기대를 걸고 출사표를 던졌다. 얼마 전 정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에 머물러 있으려고 작년에 입당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정치를 하고자 들어 왔다”고 토로했다. 국민들이 당내 기반도 약하고 계파도 갖추진 못한 그에게 당 차원을 넘는 새로운 가능성을 넘보게 했던 발언이다. 며칠 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있었던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정 의원은 “단순히 자리만 바뀌어서는 새로워 질 수 없다. 새로운 대한민국 창조라는 소명을 가슴에 품고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새로운’ 이란 용어를 몇 번씩 되풀이 한 것이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는 실제로 당선 득표율 30%를 반영하는 ‘새로운 바람’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후보 중 수위를 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있다. 박희태 전 국회 부의장을 친이 계파에서 밀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박 전 부의장이 친이 계파로부터 지원사격을 받고 있는 이유는 현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현 국회 부의장의 ‘화합형 대표’ 여론과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다. “타고난 화합형 체질인 내가 국민 대통합과 화합정치를 펼치겠다”고 한 그의 대표 경선출마의 변(辯)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박 후보의 강점은 현재 전개되고 정국상황에서 찾는 게 옳다.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에 이은 촛불시위는 ‘침묵하는 다수’들에게 정치, 경제의 안정을 희구하게 만들었다. 특히 영남권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는 한나라당 내의 분위기는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운영’에 무게를 실어주는 쪽이다. 다시 말해 친이, 친박 양계파가 충돌할 경우 대통령의 ‘발목’을 잡지 않을 중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투표방식이 1인 2표제란 점도 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체 반영비율의 70%를 차지하는 대의원 투표는 아직까지 박희태 전 부의장이 우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친박계열에서 내 보낸 허태열 후보는 결국 창(정몽준)과 방패(박희태)의 양자 대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것이 분명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원외 인사인 박희태 후보에게 ‘딴지’를 걸 이유는 별로 없다. 만약 허태열 의원이 박희태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나서면 ‘대망의 정몽준’은 곤경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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