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서재 몽돌‘ 관장 이기철 시인
‘인문학 서재 몽돌‘ 관장 이기철 시인
  • 김한태 기자
  • 승인 2013.12.0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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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상품으로 인문학 유혹
▲ 이기철(시인) 인문학 서재 몽돌 관장

재미·의미있는 불씨 확산 성공

시인 이기철(56)씨는 가장 외진 곳에서, 가장 단촐하게, 가장 지루한 인문학의 불씨를 피우고 있다.

그는 지난해 북구 강동 해변의 작은 도서관 관리를 맡은 뒤 인문학이란 딱딱한 분야를 재미있게 전파하는데 성공했다.

그가 ‘인문학 서재 몽돌’이라 이름붙인 해변도서관에서는 오는 7일 ‘책을 읽지 않는 사회는 죽은 사회다’라는 어렵고 겁나는 주제의 강좌가 열린다. 서울의 서양화가 곽정우씨가 ‘책’을 소재로 그린 연작 30점을 가져와 전시와 함께 책읽기의 의미를 설명한다.

지난달 7일에는 부산의 해양문학가인 문호성씨를 초빙해 조선통신사와 한일관계에 대해 강연했다. 이렇듯 지난해 7월 ‘인문학 서재 몽돌’이 개관한 이래 매달 한번씩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40명이 들어갈수 있는 도서관이 매번 꽉 찬다.

인문학 강좌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초청연사가 독특하기도 하지만, 이씨가 배치한 ‘미끼상품’이 주효했다는 풀이도 있다.

강좌 사이사이에 성악, 판소리, 시노래패를 비롯 차명진과 김서진씨 등 울산에서 활동하는 7080 뮤지션을 불러들인다.

부산 출신인 이씨는 서울서 기자생활을 했고, 출판사도 운영해봤다. 그리고 가족과 이웃을 주제로 쓴 시집을 3권 냈다. IMF뒤 울주군 웅촌에 내려와 ‘달님별님’이란 가족 공동체를 운영하다가 이상범씨가 북구청장할 때 구정소식지를 만들었다.

그는 당적도 없고, 노동계와도 관계가 없다. 다만 서민의 정신적 계몽과 밀착된 프로그램이면 마다않고 참여한다.

그는 지난달 강동마을 주민들에게 뿌듯한 기분을 안겨줬다. 어부, 젓갈제조업자, 횟집주인 등 30여명의 주민들과 타블로이드 8면짜리 마을신문 2천부를 찍었다. 누구 집 출산에서 결혼까지 소소한 얘기들을 묶어 격월간으로 펴낸다.

웅촌에서 버스타고 4개 구·군을 거쳐 강동의 몽돌도서관에 출퇴근하는 그는 강동에서 지핀 인문학의 작은 불씨를 울산 전역으로 퍼뜨리기를 바란다.

그래서 내년에는 ‘마당을 나온 인문학’이란 주제로 북구의 모든 도서관을 순회하며 인문학 강좌를 열 계획이다. 그 이듬해는 다른 구역으로 넘어간다고 했다.

김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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