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자격 3論
지도자 자격 3論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2.04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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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을 이끌 지도자 기준으로 무당(巫堂)형, 큰 바위 얼굴(The Great Stone Face)형, 1강10목소(一綱十目疏)형으로 제시한다. 이 세 분류는 각각 기능형, 도덕형, 실무형으로 바꿔 부를 수 있는데 한 쪽에 기울기 보다 세가지를 통합한 인물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먼저 지도자는 무당이 되어야 한다.

무당은 기능적 우수성을 지닌다. 풍우를 예지하고, 집단이 할 일을 제시해 신명나게 끌어간다. 또 예술적 조예가 있어 흥취를 살리며 구성원을 통합한다.

알다시피 제사와 정치를 맡은 최초의 왕은 무당이었다. 지도자의 근원을 거슬러 가면 고대사회의 제정일치(祭政一致)에 닿아있다.

동북아연구소 암각화학자 장석호 박사는 “7천년전 반구대에서는 고래며 멧돼지들이 계속 잡혀주기를 기원하는 그림을 새기고 잔치를 열었으며, 그 잔치를 주관한 제사장(무당)이 있었다. 그 제사장이 오늘날 시장이다”고 설파했다.

수장은 그때의 제사장처럼 보통의 식견을 뛰어넘은 예지를 지니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문화적 소양을 지니며 함께 어울어지는 마당을 펼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큰 바위 얼굴형은 겸허한 도덕성을 강조한다.
지금 중장년층 대부분은 초등 도덕 교과서와 중등 국어 교과서에 ‘큰 바위 얼굴’이란 단편소설을 읽었다. 나다니엘 호손이 쓴 이 소설은 미국 남북전쟁 뒤 어니스트란 한 소년이 마을 뒷산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바위얼굴 형상을 보면서 전설적 인물을 기다리는 경과를 그리고 있다.

돈을 많이 모은 재산가 ‘게더 골드’가 등장하고, 돈을 뿌리며 환심을 사려는 ‘스캐터 카퍼’가 나타나지만 실망을 줬다. 뒤이어 천둥같은 달변가 ‘올드 블랙 앤 선더’가 등장하지만 어니스트는 허황된 말에 실망해 고개를 돌린다. 세월이 흘러 직관이 뛰어난 시인이 나타났다. 주민들은 비로소 큰 바위 얼굴이 나타났다고 환호했다. 그러나 시인은 오히려 어니스트가 큰 바위 얼굴이라고 칭송하지만, 어니스트는 더 큰 인물이 나올 것이라고 말하며 겸허하게 돌아선다.

울산은 거금을 모으거나 뿌려댈 사람이 필요하지 않으며, 언변으로 유권자를 휘몰아갈 웅변가를 찾는 것도 아니다. 겸허하고 소박한 어니스트같은 인물을 만나면 행운일 것이다.

세번째로 울산의 여러 서원에서 현자로 받드는 유학자 회재 이언적 선생의 지도자론을 살펴보자.
회재선생은 지도자란 하나의 핵심 사명을 품고 10가지 항목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요약했다. 목숨을 걸고 임금에게 아뢨다는 ‘1강10목소’다.

1강은 국리민복을 위하는 오직 한마음을 곧게 지니라는 것이다. 만가지 일을 다 할수 없으되 한결같은 푯대만 있으면 능히 헤쳐간다는 것이다. 오늘날 석학들이 강조하는 ‘키잡이와 노잡이’ 이론과 같다. 즉 선장은 키를 잡고 방향을 제시하며, 노잡이는 노를 젓도록 하면 방향도, 속력도 잃지 않는다는 지침이다.

회재선생은 나아가 10가지 항목을 제시했다. 그 항목 가운데 하나가 다스리는 자는 기미에 민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에 대입하면, 울산의 산업은 매우 큰 나무다. 많은 과실을 따냈지만, 언제 고목이 될지 모른다. 그런 기미가 있을 때 신수종 산업을 심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로를 넓혀야 한다는 항목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선생은 “좋은 맛을 내려면 시고 짜고 달고 매운 것이 화합해야 한다. 같은 것만 취하고 다른 것을 버리는 것은 물에 물탄 것과 같다”며 “말을 들을 때 자신의 뜻과 다름을 탓하지 말고 옳고 그름만 판단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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