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포 새 신화 쓸 박 대통령
개운포 새 신화 쓸 박 대통령
  • 울산제일일보 기자
  • 승인 2013.11.2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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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중시된 장소는 긴 세월이 흘러도 그 중요성이 반복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1천년전 헌강왕이 다녀간 개운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찾아와 동북아오일허브 기공식을 했다.

국가 통치자가 먼 길을 찾아온 것은 장소가 끌어당기는 필연성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자장율사가 요긴한 장소로 여겨 태화사를 지은 곳에 고려 성종 임금이 다녀갔다. 고려의 수도인 개성에서 여기 울산의 태화루까지 와서 잔치를 베풀었다. 그 자리에 현재 울산의 치자(治者)가 누각을 중창하고 있다.

고대 사원이 있었던 청량면 율리 영축마을에는 신라 초기 치소(治所)가 있었다가 다시 울주군청사가 들어설 입지로 환원되고 있는 것도 장소성이 갖는 필연성을 대변한다.

7천년전 선사인의 눈길이 머물렀던 반구대는 조선시대 시인묵객을 부른데 이어, 지금은 중앙정부가 30대 긴급 과제로 삼을 만큼 중요한 장소로 부각됐다.

성스러운 장소로 꼽힌 곳은 세월이 바뀌어도 형식만 다를 뿐 그 장소가 갖는 중요성이 계속되는 것은 작은 마을이나 큰 고을 어디에서도 볼수 있는 현상이다.

2013년 11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다녀간 개운포 앞 바다는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개운포는 신라 헌강왕이 용왕의 아들 처용을 만나고 망해사를 건축했다는 설화의 현장이다.

돌이켜 보면 개운포는 헌강왕이 다녀가기 전에도 중요한 장소였다. 개운포에는 신라라는 나라가 형성되기 전부터 첨단 식품저장소를 만들고, 포경산업이 발달됐으며, 세라믹산업이 있었던 곳이다. 개운포에서 발굴된 7천년전의 유물에서 그 증거를 본다. 도토리의 떫은 맛을 제거하는 구덩이를 비롯 작살촉이 박힌 고래뼈와 진흙을 다듬어 구운 토기들이 그 증거다.

그런 곳에는 당연히 사람이 모이고, 문화가 꽃피웠다. 개운포는 그럴만한 지질, 지형, 지리 조건을 갖춘 곳이다.

조선시대에 들어 개운포는 군선제작소와 성채를 갖춘 해군사령부였다. 조선반도에서 차지하는 가치가 매우 높았음을 반증한다.

유서 깊은 개운포에 21세기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한 것은 또 하나의 역사적 맥락을 잇는다. 헌강왕 행차를 삼국유사에 기록한 역사가처럼 이날을 기록한다면 어떻게 쓰겠는가?

이 시대 기록자는 처용설화처럼 안개가 피어오르고, 용왕이 일곱 아들과 함께 등장하며, 망해사를 짓게 하는 것과 같은 설화를 만들 수 있을까?

어쩌면 이 시대의 화두인 문화융성을 기치로 삼아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가령, 이날의 주제행사는 동북아오일허브 기공식이다. 행사장에 피워올린 드라이아이스가 안개가 되고, 7척의 거대한 유조선이 용왕의 아들이 되며, 오일탱크가 망해사에 비견될 수 있다.

또 처용이 아라비아에서 온 상인이란 학설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도 참조할만 하다. 헌강왕 시대의 교역품은 아라비아를 건너온 로만글라스나 공작 깃털 같은 사치품이었다. 지금은 아라비아 원유를 싣고 개운포로 들어온다. 원유를 정제한 석유류의 국제교역장이 이날 기공한 오일허브다. 개운포와 아라비아의 인연이 1천년만에 이어지는 것이다. 그 인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박 대통령의 인연은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반세기 전부터 개운포를 중심으로 성립된 원유도입과 정제산업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이다. 아버지에 이어 그 딸이 대통령의 자격으로 다시 온 것이다.

반세기 전 울산공업단지 기공식에서 신라융성을 기약한 아버지에 이어 그 딸이 아버지의 기약을 완성하는 것으로 이 행사를 기록하고 싶다.

<김한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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