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에 대물림된 ‘체르노빌 재앙’
소년에 대물림된 ‘체르노빌 재앙’
  • 권승혁 기자
  • 승인 2013.11.2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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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참여 아버지 영향 장애
울산시티병원서 무료 수술
▲ 울산시티병원이 선천성 하반신 장애를 앓고 있는 러시아 소년 알렉산더를 초청해 무료수술을 지원하고 있다. 알렉산더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피해 근로자의 2세로, 방사능 후유증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울산시티병원에서 무료로 다리교정 수술을 받은 러시아 소년이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에 오염된 아버지로 인해 장애를 갖고 태어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6일 울산 북구 울산시티병원과 울산교회 밝은미래복지재단에 따르면 선천성 하반신 장애를 앓고 있는 러시아 소년 알렉산더 카다비(Kartavyi Aleksndr·19)군은 현재 시티병원에서 두 차례 다리교정 수술을 받은 뒤 다음주 마지막 세번째 수술을 앞두고 있다. 알렉산더는 양쪽 다리뼈가 한 개씩 없이 태어났고, 이로 인해 무릎 관절과 발목관절, 발가락 등이 비뚤어져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울산교회 러시아선교회가 얼마 전 러시아에 단기선교를 갔다가 알렉산더의 딱한 처지를 듣고 울산시티병원에 무료수술 대상자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시티병원측이 알렉산더의 장애 상태와 수술 가능성 등을 본 뒤 무료수술대상자로 선정해 이번달에만 두 차례 큰 수술을 진행했다.

특히 알렉산더의 선천적 장애가 80년대 중반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와 관련된 사실이 간병인을 통해 알려지면서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알렉산더가 자신의 간병을 돕고 있는 울산교회 소속 러시아선교회를 통해 밝힌 사연은 이렇다.

80년대 중반 알렉산더의 아버지는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자 큰 돈을 벌 수 있는 체르노빌 원전폭발 사고 복구현장에 지원했다. 그 뒤 알렉산더 아버지가 방사능에 오염된 상태에서 아내와 알렉산더를 가지면서 알렉산더가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는 얘기였다.

밝은미래복지재단 박승현 사회복지사는 “알렉산더의 사연을 접한 뒤 먼나라 얘긴 줄만 알았던 체르노빌 원전폭발 사고의 피해자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알렉산더가 무사히 수술을 받아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6년 4월 26일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는 원자로 폭발로 방출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원전 인근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파괴한 무시무시한 참사였다.

특히 원전사고로 방사능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자녀가 기형으로 태어나거나, 혈액장애, 성장발육 장애, 정신질환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권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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