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읽는 책 책으로 떠나는 여행
키워드로 읽는 책 책으로 떠나는 여행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6.2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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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으로 떠나는 해외여행 어때요
누군가 그랬다. 여행은 배낭속에 사람에 대한 미련, 미움 그리고 그리움을 담아 가서 버리고 오는 것이라고. 그러나 배낭속의 그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더 아련하게 만들어 더 무겁게 들고 오는 것이 여행이라고 말했다. 그 배낭속의 담긴 짐을 버리지 못하더라도. 여기에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 이 사람들도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미워한다는 것을 깨닳고 느끼면 그 여행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의 시작이 떠나는 것이라면 그 끝은 자기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야만 하는 것. 돌아오지 않으면 그것은 여행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므로. 이번 주 발행한 신간들 중에는 대초원과 사막 그리고 눈이 시릴 만큼 푸른 하늘을 가진 나라 '몽골' 과 아픈 역사를 가졌지만 생명력이 넘치는 '동유럽'을 다룬 여행 서적 2권이 눈에 띈다. 너무 멀어서, 또 시간이 없어서 머뭇거리고 있다면 이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몽골 혹은 동유럽으로의 여행은 이미 시작됐다.

소심한 수다쟁이의 동유럽 꼼꼼 유랑기

▨ 오후 5시 동유럽의 골목을 걷다

이책은 일본작가 요네하라 마리가 ‘프라하의 소녀시대’에서 묘사한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 반해 동유럽을 여행하고 쓴 본격적인 동유럽 여행기다. 저자 이정훈씨는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를 거치는 40일간의 여행코스에서 느낀 점을 여행기에 담아내고 있다.

호스텔을 전전하고 국경을 걸어 넘고 야간기차를 내리며 힘들어 하고 또 아름다운 웨이트리스에게 반해 몇시간씩 카페를 떠나지 못하며 영어로 이야기해야하는 상황을 두려워하는 평범한 배낭여행자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가벼운 여행정보보다는 ‘참을수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등 동유럽을 배경으로 한 문학작품이나 스메타나 쇼팽 등 동유럽 음악가들 동유럽 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고 있다. 책속에 드러나는 저자의 동유럽에 대한 애정과 감수성과 진지함 여행자의 윤리에 대한 탐문 등은 독자에게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고민하게 한다.

저자는 ‘동유럽이 아닌 일상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사소한 엿보기’라고 말한다. 크라쿠프에 반해 아예 눌러앉은 민박집 주인 한국인 젊은 부부, 전쟁의 기억에 아파하는 스플리트의 노신사, 소박한 친절을 보여준 두브로브니크의 루치 아줌마, 악착같이 민박을 꾸려가는 보스니아의 레나와 야스나, 여행 철학을 늘어놓는 여행 초심자 어린 하버드대생, 좋아했던 스포츠 스타의 고향을 40년 만에 찾은 일본인 아주머니, 행운을 빌어주던 벨리코 투르노보의 노인들 등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진정한 여행의 묘미를 만끽하게 한다.

낮과 밤의 경계에서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동유럽의 오후 5시. 그 색다른 느낌이 가득 담겨 있는 동유럽의 공기가 제대로 전해져 동유럽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부채질한다.

ㅣ글 사진 이정흠. 출판사 즐거운 상상. 정가 1만2천원. 416쪽ㅣ

잊지 못할 몽골의 초원과 하늘, 사람이야기

▨ 몽골, 초원에서 보내는 편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몽골인. 평생 끝없이 대초원을 떠돌며 살아간다. 유목민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겐 당연히 집도 주소도 번지도 없다. 가축들이 풀을 뜯을 곳을 찾아 드넓은 초원을 누비다가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고 이동식 천막 게르를 설치하면 그곳이 바로 그들의 집이되고 터전이 된다.

징기스칸 시대의 영광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이들. 13세기 초 징기스칸의 지휘로 세계에 등장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몽골. 몽골제국의 등장으로 세계는 동서가 교류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동방 문화의 우수함을 널리 알렸다.

이제 몽골에서 빠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시내에는 하루가 다르게 고층빌딩이 올라가고 젊은이들은 전통적인 삶을 거부하고 도시로 몰려든다. 전통가옥 게르에는 발전기와 위성안테나가 달렸다. 이런 도시의 성장속에서 초원의 주인을 갈 곳을 잃고 쫓겨나기도 한다.

이 책은 이런 몽골의 매력에 푹 빠진 6명의 사진가, 여행가, 저널리스트 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다양한 몽골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은 단지 아름다운 몽골의 자연을 카메라로 찍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연과 하나 돼 살아가는 몽골인들의 소소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저자들은 또한 경제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전통과 변화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다양한 문제점에도 주저하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댔다.

전문가들만이 담아낼 수 있는 예술 사진의 진경을 보여주는 이 책은 전무후무한 몽골 안내서이자 하나로 완성되는 몽골의 참모습을 만나게 해주는 문명 비평서이다.

ㅣ저자 강제욱외. 출판사 이른아침. 정가 1만5천원. 319쪽ㅣ

/ 배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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