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갇힌 고래 넘어설 조형 없소?
반구대 갇힌 고래 넘어설 조형 없소?
  • 구미현 기자
  • 승인 2013.11.1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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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지역 고래 조형물이 예술성이나 창의성 등 미학이 가미되지 않은 틀에 박힌 조형물이라는 지적이 높댜. 사진은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 세워진 고래조형물(왼쪽)과 미국 보스톤 해변 백사장에 세워진 고래 조형물.

울산에 세워진 고래 조형물 상당수가 반구대 암각화를 모사하거나 판에 박힌 형태를 반복한다는 지적이 많다. 걸출한 암각화유적을 계승한 지역답게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울산지역 고래 조형물들의 역사성과 조형성을 둘러싼 논란이 최근 문화계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복수의 문화예술 관계자는 지역의 고래모양 조형물은 작가의 개성과 창의성이 엷고 예술적 변용이 빈약한 하나의 구조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홍맹곤 전 울산예총 회장은 “울산의 고래 조형물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길 그 무언가가 빠져있다. 그것은 공공미술로서의 제 기능을 이미 상실한 것”이라며 “천편일률 적인 고래 조형물을 보고 있으면 작가 선정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전국 규모의 공모전을 열거나 유명 작가들에게 의뢰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반구대 암각화는 그 자체가 예술이지 본뜨기를 한다고 해서 예술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모사에 그치지 말고 미학을 담은 고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산에는 5개의 동상과 61개의 기념비가 조형물로 구분돼 있다. 그 중 고래 형상을 한 조형물은 남구에 집중돼 있다.특히 남구 장생포 고래특구에는 정거장, 광장, 박물관 등지에 석재, 금속 등을 이용한 다양한 고래모양 조형물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의 조형물들은 돌고래, 귀신고래의 형상을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미적 상상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경모 미술평론가(홍익대 예술학 박사)는 “반구대 암각화 이미지가 가지는 상징성, 브랜드 가치는 분명 있지만 그것이 조형물로 탄생을 했을 때 창의적 변형이 담보되지 않고 이미지만 차용한다면 그것을 예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공공미술의 생명은 대중성과 작가의 개성, 창의성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평론가는 “작가들은 폭넓은 경험과 사고가 공공미술이 가진 조형성과 어떻게 접점을 이뤄서 좋은 것을 발현해 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의무이고 몫인데 그 과정을 생략한 채 계속 과거의 이미지를 모방해서 확대재생산 해낸다면 그것은 예술작품이 아닌 ‘시각 공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미술사 연구자인 조정원(동국대 예술경영 석사) 학예사는 “조형물을 건립할 때 예술적 조형방식이나 작가 선정 등에서 파격적 시도가 가능하도록 심사 체제를 혁신하고 충분한 사전 논의와 제작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구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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