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의 변화된 모습을 담은 ‘한국화의 진화전’이 다음달 8일까지 현대예술관(관장 조재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회화뿐 아니라 사진과 미디어 아트 등 한국화를 다채로운 방법으로 변형시킨 작품 50여 점이 걸린다.
추상화를 내놓은 김정희 작가는 아크릴에 수채를 덧입히는 방식으로 인간성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형상화했다. 쉼 없이 안료를 입히는 과정에서 생긴 두꺼운 질감과 다양한 색감이 작가 특유의 색과 형태로 재창조되면서 타인과 관계를 맺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박진원 작가의 ‘GenesisⅠ’은 디지로그(Digilog,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로 최첨단 기술에 아날로그의 감성을 더함)형식을 차용, 캔버스 뒤에 LED전구와 전기장치를 더해 평면 미술의 한계를 극복했다. 반짝이는 불빛이 아닌 은은한 색감으로, 빛이 시간의 차이를 두면서 나타나는 시공의 변화를 보여준다.
박진원은 세계 3대 경매시장의 하나인 ‘크리스티’에서 3번이나 낙찰된 이력을 갖고 있다.
신선미 작가의 ‘개미요정 시리즈’는 전통 기법에 현대적 주제를 다뤄 동양화의 통속성을 극복하고 소재의 폭을 넓혔다.
정교하게 재현한 한복과 쪽진 머리의 등장인물은 마치 조선 시대 풍속화 같지만, 그 안에 소파, 핸드폰, 모빌, 도트무늬의 속옷 등 현재의 풍경들이 배치되면서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도록 했다.
여기에다 관객만 볼 수 있는 ‘개미요정’을 곳곳에 배치해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작품에 재미까지 더했다. 전통과 현대라는 상반된 두 요소를 자연스럽게 섞은 작품의 완성도가 돋보인다.
임택 작가는 전통적인 동양화 제작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프린트와 미니어처로 산수화를 색다르게 표현했다. ‘옮겨진 산수유람기’는 여백의 미를 두드러지게 나타냈다는 점에서는 정통 산수화의 멋이 느껴지지만, 강렬한 원색과 현대적 회화방식을 도입해 전혀 새로운 산수를 만들어냈다.
장재록 작가의 ‘또 다른 풍경’은 흑백사진으로 착각할 정도로 정교하지만, 캔버스에 먹을 사용하여 동양화 기법으로 그린 엄연한 회화다. 먹의 효과를 이용해 번짐과 스밈, 고유한 깊이감과 여백의 미를 살려 화려하면서도 튀지 않는 작품을 완성했다. 깊이 있는 수묵의 품격과 함께 현대사회의 대표 아이콘인 자동차를 전면에 내세워 경쟁과 소비로 대변되는 산업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문의 235-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