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아끼는 인정많은 ‘캅스’
인연아끼는 인정많은 ‘캅스’
  • 주성미 기자
  • 승인 2013.11.12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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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서 김동섭 경사
메모에 적힌 인물은 좋든 나쁘든 관계유지
경찰 문턱서 주눅든 민원인 ‘인간적’ 안내
 

울산 남부경찰서 형사과 김동섭(36·사진) 경사는 메모광이 될만큼 뭐든 잘 잊어버리지만 사람과의 인연만은 잊지 않는다.

그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12일 유난히 즐거워 보였다. 조금은 특별한 동생 이모(18)군 덕분이다.

이군과의 인연은 지난해 시작됐다. 절도사건을 수사하던 김 경사와 전과 10범 고등학생과의 첫 만남은 유쾌하지 않았다. 절도사건의 혐의자로 이군을 주시했다. 수사를 진행하던 김 경사는 이군이 아버지 없이 살아온 가정형편을 알게 됐다. 방황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해했다.

이군은 당시 사건의 범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김 경사는 이군의 든든한 형이 됐다. 그로부터 이군은 범죄의 유혹이 있을 때마다 의논하고 도움을 청하곤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뒤 이군은 김 경사를 찾아와 “형, 나 최선 다했어요”라고 말했다.

김 경사는 이군 뿐 아니라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긴다. 남부서 형사과에서 근무를 시작했던 2009년부터 사건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연락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나쁜 인연으로 만났더라도 명절이나 특별한 날마다 전화 한 통하고 문자메시지 한 줄 보내려고 애쓴다”며 “과거의 사건보다는 그 과정을 지나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그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형사과에 근무하는 경찰 중 손에 꼽힐 정도로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김 경사의 수첩은 유난히 두껍다. 수첩에는 날마다 발생한 사건의 이야기가 유형별로 빼곡히 적혀있다.

이 습관이 최근 사우나 절도범으로 잡힌 한 피의자가 저지른 10여건의 여죄를 밝혀낸 데 큰 역할을 했다.

김 경사는 “경찰서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피해자든 피의자든 약해지고 소심해 진다”며 “모두에게 인간적인 형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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