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지 않으면 쓰러진다” 가업승계 이룬 ‘자전거론’
“구르지 않으면 쓰러진다” 가업승계 이룬 ‘자전거론’
  • 정인준 기자
  • 승인 2013.11.1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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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500억 유지하며 성장동력 모색
▲ 대호물류산업 김용민 대표.

김용민 대표는 현대차 출신이다. 아주대학교 기계공학과를 나와 현대모비스에 입사했다. 그룹사간 구조조정을 통해 현대차 본사로 옮겨 기획과 설계 등의 업무를 보며 16년간을 근무했다. 그러다 2007년초 부친의 건강이 나빠졌고 “힘에 부친다”는 도움요청에 인사관리를 맡으며 ‘가업승계’에 나섰다.

김 대표는 “입사 전 까지 한 번도 가업승계를 생각해본적 없었다”며 “부친의 간곡한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생각하면 중소기업에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며 “창업주의 책임경영으로 지속가능 기업을 일구는 ‘사회적 책임’ 쪽에 무게가 더 실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1년 부친의 주식을 인수받아 대호물류산업 대표이사로 가업승계를 마쳤다.

“자전거처럼 앞으로 계속 굴러가야지 어제와 같으면 죽습니다. 항상 위기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대호물류산업(경주시 외동읍 냉천산단) 김용민(47·사진) 대표는 물류기업으로는 드물게 갖춘 ‘포장디자인연구소’로 안내하며 “삼성 이건희 회장의 위기론이 우리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자전거론’도 여기서 영감을 얻었다.

대호물류산업 본사를 찾아 김 대표를 만난 것은 지난달 23일. 공교롭게도 일주일이 채 안된 지난달 28일 삼성 이건희 회장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경영 20주년 만찬에서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으로 창조경영을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두 경영인의 잇단 ‘위기론’이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그렇게 할 거면 회사 접으세요!”

김 대표는 2007년 초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안돼 현대차로부터 “그렇게 할거면 회사 접으세요!”라는 말을 듣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아직 직장인의 습관이 덜 빠졌던 그에게 이 한 마디는 경영인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됐다.

대호물류산업은 국내와 전세계 현대·기아차 공장에 자동차부품을 전달하는 기업이다. 현대차의 생산계획에 따라 정확한 물품 수송이 생명이다. IMF가 막 지난 1998년 2월, 김대표의 부친 현(現) 김형수 회장이 설립했다.

당시 대호물류산업의 물류배송시스템은 사람의 실수가 끼어들 여지가 많았다. 광주에 갈 부품이 아산으로 간다거나 심지어 해외공장엔 수량이 부족한 채로 보내졌다. 해마다 이러한 오류가 수십건 씩 발생했다. 현대차의 질책이 당연했다.

김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클레임이 걸리면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위기감이 찾아왔다”고 말혔다.

 

▲ 대호물류산업 경주 본사에서 아산·광주 지사로 갈 제품을 싣고 있다.

◇PDA시스템 도입, 기업 신뢰도 높여

그렇게 시작한 첫 과제가 물류전산화였다. 당시 업계선 드물었던 PDA물류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입고부터 출고까지 진행상황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직원교육을 강화했다. 그 결과 1년에 수십차례 걸렸던 클레임이 한 두 차례로 잦아졌다. “대호물류산업에 보내면 실수가 없다”는 평판을 들었다.

이러한 평판은 회사의 매출로 이어졌다. 2007년 150억원 하던 매출이 지난해 42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49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6년새 지난 10년간 달성한 매출의 두 배 이상을 달성한 것이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최근 현대차의 성장이 매출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며 “이와 함께 우리가 물량을 소화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운 것도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신성장동력, 포장재에서 찾아

김 대표의 위기의식은 ‘포장디자인연구소’서 또 한 번 빛을 발하고 있다. 현대차의 세계경영 계획이 어느정도 구축된 상태에서 지금까지 걸어왔던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안정적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고심하던 중 ‘포장소재산업’을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포장디자인연구소’다. ‘포장디자인연구소’는 지난해 1건의 특허를 획득했고, 올해 2건의 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다.

포장디자인연구소가 개발한 포장소재와 캐리어(상자)는 이미 이 회사의 물류포장에 적용돼 시험단계를 거쳤고, 다른 물류기업으로 판매도 늘고 있다.

김 대표는 “포장소재가 우리의 틈새시장”이라며 “이제 시작단계지만 연매출 100억원까지 예상한다”고 밝혔다.

◇가업승계 만만치 않은 일, 제도개선 이뤄져야

김 대표는 “내년부터 안정적 경영관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쉼없이 성장해 왔으니 숨고르기에 들어갈 계획이라는 답이다. “연매출 500억원을 유지하며 신성장 동력을 찾고, 또 내부적으로 조직을 튼튼히 해 도약대로 삼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끝으로 “가업승계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며 “독일과 같은 선진 유럽에선 가업승계에 대한 세금을 매기지 않고 다만 주식 등 재산을 처분했을 때 부의 환수를 하는 게 바람직 하다는 생각”이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이러한 가업승계 경험을 후배 경영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울산지역본부가 결성한 울산·경주·양산지역 2세 경영인들의 모임인 ‘네커스(NECUS)’ 3대 회장을 올해부터 맡아오고 있다. 글=정인준·사진=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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