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야 할 진보정치
다시 태어나야 할 진보정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1.0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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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무렵으로 기억된다. 민노당이 울산지역 국회의원과 구청장, 지방의원을 배출하면서 잘 나가던 때였다. 당시 민노당에서 일하던 후배와 만나던 일이 기억난다. 그는 현장출신이어서 학출과는 말투나 용어부터 달랐다. 늘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우리 사회의 대안을 꿈꾸며 참신한 정책개발을 고민하곤 했다. 말투는 항상 부드러웠고 행동은 유순해 논쟁을 좋아하고 따지길 좋아하는 운동권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다.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란 유행어가 살아 있던 당시 민노당은 지역 제1 야당으로 역할도 막중했지만 그는 당 이야기만 나오면 고개를 흔들었다. 여전히 주사파와 현장파의 파벌다툼이 많다고 했다. 그는 진보정치의 터전은 노동과 현장, 서민대중이라고 믿었다. 그들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 진보정치의 길이라는 주장이었다. 민노당은 2000년에 창당했다. 모태는 87년 노동자대투쟁을 거치며 95년 출범한 민주노총이다. 원동력은 울산과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지향은 옳았다.

통합진보당은 지금 위헌정당으로 해산심판이 청구돼 풍전등화 신세이다. 물론 이석기 의원이 법정에서 무죄가 될 수 있고 통합진보당도 헌법재판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법 감정은 그들과 다를 것이고 지금 어디에도 우군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진보 정치가 사라져선 안 된다. 세상의 변화를 추구하고 늘 사회적 약자인 서민과 비정규직, 자영업자들 편을 들어 준 이들이 진보정치다. 진보정치가 사라지면 우리 사회의 약자들의 목소리는 누가 대변해 주고 불평등은 누가 개선해 주겠는가. 거기다 우리 사회가 더욱 공고화된 보수화 일색으로 치닫는다면 그게 바람직한 일인가.

과연 진보정치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시효가 끝난 기존 진보정치의 노선을 버리고 환골탈태한다면 가능하다는게 공통된 답이다.

우선 새 인물과 새로운 정책이 절실하다. ‘미제’와 싸우고 우리 역사의 정통성을 부정하면서 친북 종북에 매달리는 진보가 아니라 안보도 노동도 민생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진보라면 가능하다는 말이다. 분단현실과 굳건한 양당 체제에서 진보정치가 힘들었겠지만 이념과 안보불안만큼은 제발 해소해야 한다. 동족상잔을 겪었고 아직도 준전시 상황인 한반도의 현실을 인정하고 성실히 응답해야 한다.

솔직히 그들은 원전 반대와 ‘한반도 비핵화 평화 실현’을 주장하면서 북한 핵은 ‘핵 강국이 되는 길’이라 대변했다. 북한의 3대 권력 세습은 옹호하고 북한 인권엔 눈감아 왔다. 그러니 많은 국민들이 ‘진보=친북 종북’이란 이미지를 가졌다. 어떻게 하면 파이를 키울지 고민은 않고 복지나 분배 등 파이 쪼개기에만 매달려 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진보적인 경제민주화를 선점해 선거에 유용하게 썼다. 진보정치가 배워야 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노동을 소중히 여기던 초심을 회복하면 다시 지지를 받게 될 것이다. 실패에서 배우란 말이 있다. 이석기니 이정희니 하는 화석은 버리고 NL·PD의 낡은 대결구도를 끊어 버리자. 자주적이지 못한 자주파나 평등하지 않은 평등파라면 폐기하자.

부유세 무상교육 무상급식 같은 정책에 버금가는 시대에 맞는 정책을 선보이자. 이념과 노선투쟁 대신 민생과 현실정치에 몰두하고 정치 대신 ‘운동’만 한다는 비난을 차단하자.

더 근본적인 것은 종북과의 단절이다. 우리나라 진보정치는 종북주의자들 때문에 번번히 발목 잡혀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우문우답이지만 진보정치는 종북과는 무조건 선을 그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보정치는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김잠출 국장/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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