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 희생 봉사가 처용과 지역의 정신”
“관용 희생 봉사가 처용과 지역의 정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1.0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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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언 남구 문화원 원장… 정신문화가 흥해야 사회가 흥하고 인심이 산다
▲ 김호언 남구문화원장.
“문화원은 주민들의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는 미흡했다고 봅니다” 지난 10월 25일 4대 남구 문화원장에 취임한 김호언(65) 원장의 이야기다. 2001년 문화원이 문을 열면서 지금까지 줄곧 한 우물만 팠으니 내부 사정엔 ‘빠삭’한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느슨해진 내부를 추스르고 새로운 아젠다를 설정하겠다고 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남구 문화원의 이미지부터 바꿔 놓겠다는 의도다. 김 원장은 포항 장기 출신으로 2005년부터 3년간 울산 예총 부회장도 역임했다.

인터뷰를 시작하자 그는 울산 정신의 정체성 확립을 들고 나왔다. 문화원이 해야 할 일과 좀 동 떨어진다 싶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으니 수긍할만 했다. “1962년 울산이 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 당시 부곡, 대현면에 살던 사람들은 모든 땅을 내놓고 1년 동안 임시 천막에서 살았어요. 나라 전체가 잘 되는 일이라면 우리 윗사람들은 모든 것을 홀연히 바쳤습니다. 이게 바로 울산 시민정신의 정체성입니다” 그는 처용설화에 나오는 관용정신도 울산 시민정신의 일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관용, 희생, 봉사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남구 문화원이 나서겠다고 했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한데는 현재 문화원이 다소 침체돼 있기 때문이다. “남구 문화원은 옛 울산 문화원을 이어 받은 곳으로 울산 문화의 중심인 셈이죠. 그렇다면 그 역할을 제대로 했어야 합니다” 그는 남구 문화원이 거기에 걸맞는 활동을 못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래서 내놓는 활성화 정책이 여럿이다. 그 중 하나가 울산 시민정신의 정체성 찾기이다. 문화원의 제 기능은 주로 문화 계승, 발굴, 발전이지만 남구에 문화유적이 적어 정신문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전문가를 초빙해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분기별 대(對)시민 교양강좌도 열것이라고 한다. 또 관계기관의 협조를 얻어 이에 관한 상징물과 조형물도 제작하고 싶다고 했다.

김 원장은 2001년 남구 문화원 설립 발기인을 시작으로 이사, 감사, 부원장 직을 한 단계씩 밟아 올라 왔다. 소위 ‘낙하산’이 아니다. 12년 동안 문화원 일에 관여하면서 잘잘못을 꿰뚫고 있었던 사람이다. 그래서 문화원이 안고 가야할 일과 그렇지 못한 일을 확실하게 구분했다. “문화원은 무엇보다 향토사 연구소의 활동이 왕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범위가 확실해야죠. 남구 문화원은 남구에 관한 사항만 떠맡아야 합니다. 전체를 떠맡으면 실수하게 돼 있습니다” 수개월전 남구 문화원이 발간했던 책자의 오류를 지적하는 듯 했다. 남구 문화원이 발간한 각종 책자의 문제점을 거론하자 자신이 재임하는 기간 동안 향토지 발간은 반드시 외부 전문가도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내부 검증을 받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설 향토사 연구소를 이용해 남구 지역 곳곳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스토리 텔링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남구에 산재해 있는 민요, 농요 등을 찾아내 체계화하겠다는 것이다. 남구 영역 안에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해석된다.

그는 이미 많은 것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인터뷰 도중 이야기가 들쭉날쭉하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눈여겨 봐 오던 것을 머릿속에 담아 뒀다가 하나씩 꺼내는듯 했다. 갑자기 방향을 바꿔 다문화 가정 쪽으로 말을 돌렸더니 ‘양부모 돼 주기 운동’으로 즉각 응답했다. 흔히 듣는 이야기여서 신선감이 좀 떨어지는 측면은 없지 않았으나 즉시 대답하는 걸로 봐 오래 전부터 작심하고 있었던게 틀림없었다. 그는 이야기 도중 문화원 이사때부터 느낀 바를 하나씩 실천해 나가겠노라고 했다. 꺼내는 이야기가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란 말이다.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 담고 있었던 계획이란 이야기다.

지금까지 남구 문화원이 손대지 않았던 부분이 또 튀어 나왔다. 청소년 인성과 예절 교육을 시키겠다고 했다. 너무 윤리적이지 않느냐고 했더니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청소년문제는 인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통문화에만 너무 기울면 청소년들이 식상해 하니 현대 문화와 아울러 새로운 ‘홍익인간’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도 했다. 교육청과 협의해 체계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전문가와 외부 인사로 구성된 ‘예절 교실’을 만들어 학교로 방문하거나 문화원 안에 강좌를 개설하겠다고 한다. 일정 기간 강습을 마친 청소년에게는 수료증을 발급해 자원 봉사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취임 이후 달라진것 한가지만 말해 달라고 하자 매주 월요일 마다 실시하는 ‘원장단 회의’를 꼽았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 두번째 개최했는데 참석율이 100%였단다. ‘소통하기 위해’ 김 원장은 분기별로 개최하던 이사회를 격월제로 시행키로 했다. 느슨해진 조직에 긴장감과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조치다. 너무 빡빡하다는 느낌이 들어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고 묻자 기업 메세나를 이용하겠다고 했다. “원장, 부원장 등이 십시일반 내놓는 운영비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남구에는 기업이 많이 있습니다. 사회기부 차원에서 협조를 얻어야죠” 현재 남구 문화원에는 문화연합회, 처용문화제 추진 위원회를 비롯한 4개 문화단체가 입주해 있다고 한다. 이렇게 단체가 많으면 많을수록 “종이컵 하나라도 더 나간다”는게 그의 말이다. 그런걸 죄다 충당하려니 지금 지원받는 돈으론 어렵다고도 했다. 문화단체를 인터뷰 하면 으레 나오는 소리지만 이번엔 감이 좀 다르다. 볼멘소리만은 아닌 것 같다. 자신의 말마따나 비지역 출신(포항 장기)으론 처음 선출직 문화원장에 당선된 그에게 일단 힘부터 실어줄 필요는 있어 보인다.

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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