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웃게 만든 그 맛, 재미까지 더했다
‘함박’웃게 만든 그 맛, 재미까지 더했다
  • 주성미 기자
  • 승인 2013.11.0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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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만큼 직접 익혀 젓가락으로 먹는 햄버그스테이크 ‘오이시 함바그’
▲ 고기를 원하는 만큼 젓가락으로 덜어 뜨겁게 달궈진 무쇠에 구워먹는 재미.

아주 특별한 날, 레스토랑에서 분위기를 잡고 싶은 마음에 시켰던 음식이 있다. 돈가스보다 품격 있어 보이고 일반 스테이크보다는 부담스럽지 않은 음식. 바로 햄버그스테이크다.

특별한 날을 기념했던 햄버그스테이크를 울산시 남구 신정동의 ‘오이시 함바그’에서는 좀 더 특별하게 맛볼 수 있다.

독일 함부르크 지역에서 유래된 햄버그스테이크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갈아서 구워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곳의 햄버그스테이크는 고기를 갈지 않고 저며서 만든다. 다른 재료는 전혀 섞지 않고 1++ 등급의 한우만을 사용한다. 얇게 손질한 한우 덩어리는 소금과 후추 정도로만 간을 한다.

음식은 바짝 익히는 햄버그스테이크와 달리 겉만 살짝 익힌 ‘레어’ 상태로 철판에 나온다. 철판 위에는 뜨겁게 달궈진 작은 원형의 무쇠가 함께 나온다. 겉만 살짝 익혀져 나온 고기를 그 무쇠 위에 올려 원하는 만큼 구워먹으면 된다. 달궈진 무쇠가 식으면 새것으로 바꿔준다.

이곳에는 햄버그스테이크를 내놓는 레스토랑이라면 으레 필요한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지 않는다. 젓가락만으로도 충분하다. 고기를 한 젓가락 떼어내 무쇠 위에서 이리저리 구워 먹는 방법은 깔끔한 맛에 재미도 더한다.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위해서 느긋한 마음으로 잘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 샐러드 파스타, 계란함바그, 오이시함바그로 구성된 2명 추천 메뉴 한상차림.

익은 고기를 찍어 먹는 소스도 특별하다. 기본적인 간장소스에 포도즙과 매실액 등을 넣고 만들었다는 소스는 고소한 고기 본연의 맛을 더 깊게 해준다.

햄버그스테이크는 고기에 충실한 ‘오이시함바그’, 부드러운 계란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계란함바그’, 다진 마늘이 함께 나오는 ‘마늘함바그’ 등 3가지 종류가 마련돼 있다. 120g, 140g, 170g 등 고기 양에 따라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다. 음식을 주문하면 식전 샐러드를 비롯해 밥과 미소 된장국이 기본 제공된다.

양이 부족하다면 참치샐러드, 소고기샐러드, 고추장불고기 등 평범한 재료로 만들어낸 깔끔한 주먹밥을 추가하면 된다.

신선한 샐러드와 어우러진 새콤달콤한 냉 파스타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 내부전경

번화가 아닌 주택가에서 가족들을 위한 공간

식당이 있는 곳은 번화가가 아니다. 아파트 단지 입구 근처에 있는 이곳은 조용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인테리어는 정통 레스토랑처럼 무겁지는 않지만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을 더한다. 연인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가게를 찾은 손님보다 가족단위 손님이 많이 찾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유아용 의자도 따로 있어서 아이와 함께 식당을 찾는 가족들은 보다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윤종훈(38)씨는 “조용한 분위기가 좋아서 좋은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즐길 수 있어서 자주 온다”며 “적당한 양의 고기를 천천히 여유롭게 즐기면서 따뜻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TIP=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 30분 (오후 3시~5시 30분 휴식시간) 매주 월요일 휴무. 남구 신정동 학성고등학교 앞.

▲ 새콤달콤한 소스에 냉파스타와 신선한 야채가 어우러진 ‘샐러드 파스타’

주성미 기자

*햄버그와 함박

우리가 일반적으로 ‘함박’스테이크라고 알고 있는 햄버그스테이크는 어디서 왔을까.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함부르크 지방에 주둔하던 연합군이 소나 돼지 등을 잡아먹었다. 이들은 연한 부위는 식재료로 사용하고 질겨서 먹지 못하는 부위는 버리고 떠났다. 전쟁으로 먹을 것이 부족했던 주민들은 이 질긴 고깃덩어리를 그냥 버릴 수 없었다. 그냥 먹기에는 너무 질겨 곱게 다져서 먹기 시작한 것이 햄버그스테이크의 유래라는 것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햄버그스테이크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함박’스테이크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햄버그스테이크 문화가 가장 성행한 것이 1960·70년대인데, 그 이유는 당시 독일의 문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한우로 사용된 고기는 육우가 아닌 농촌에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늙은 일소를 도살한 것이었다. 등심이나 안심 스테이크가 비싸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육질이 질겨 인기도 없었다.

‘소고기’가 되기 위해 소가 사육되는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옛모습이다.

전쟁의 굶주린 독일 주민들과 농업에 종사했던 우리의 과거가 부드러운 햄버그스테이크에 베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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