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발자국에서 읽는 신호
공룡 발자국에서 읽는 신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0.30 2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룡, 너의 발자국 화석이 반구대암각화 앞에 등장함으로써 ‘기 차거나’ ‘기 막힌’ 일을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너는 한때 지구상 최강의 존재로 군림했다가 모조리 사라진 경이로운 존재다. 하필이면 이 시기에, 왜 거기에 너의 발자국이 나타났느냐에 많은 사람들이 숙고를 하게 됐다. 일대 격돌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갖게 한다.

굳어진 발자국이라고 범상하게 보지 않는다. 석가모니란 신성한 존재를 우러러보기 위해 지금은 부처상을 만들지만, 처음에는 그의 발자국 모형을 만들어 경배하곤 했다.

우리는 너의 이름과 이미지를 따서 크고 막강한 존재를 공룡이라 부른다. 기업집단이 그렇고, 행정집단과 문화재를 보존하려는 집단도 그렇다. 오늘날 공룡이 암각화 보전 방식을 놓고 힘겨루기를 할 때 너의 발톱이 드러났다.

너의 발자국 화석은 천전리암각화란 곳에도 있다. 마치 암각화란 존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반구대암각화 앞에 드러낸 너의 발자국도 그런 역할을 하겠다는 것인가.

지금 우리는 물높이에 따라 오르내리는 투명물체로 7천년전 새겨진 바위그림을 보존하려고 한다. 카이네틱댐이란 낯선 이름을 가진 그 공법을 실현하기 위해 파일을 박느니 마느니 논란을 펴고 있다. 이때 나타난 너의 발자국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할지 더 많은 논란을 지피게 할지 애매하다.

반구대암각화는 7천년이란 먼 시기의 기록으로, 그 시간이 갖는 의미만으로도 깊이가 있었다. 그런데 너는 그보다 1만배나 더 먼 시대의 존재다. 7천만년전은 지구를 점령했던 너의 시대가 막 끝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저께 나타난 너의 발자국 몇십개는 철골과 합성수지로 뭔가를 만들려고 하는 우리의 생각을 아득한 지질시대로 끌어가고 있다.

너희 무리들이 놀던 진흙은 바위가 됐다. 켜켜이 층을 이루고 있는 퇴적암이란 것이다. 그 퇴적암이 형성된 시기는 1억3천만년전에서 7천만년전 사이다. 즉 너희가 활개치던 중생대 쥐라기에서 백악기 사이다. 이 시기 너희가 놀던 곳은 호수의 가장자리임을 안다. 우리가 그것을 알게된 것은 너희가 물을 마시러 왔을 때 무른 땅을 밟았던 흔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때 호수 가장자리에는 잔물결이 일렁거렸고 그로인해 생긴 빨래판 같은 무늬도 화석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너희가 활동할때 이 땅은 적도 근처에 있었다. 그로부터 아주 조금씩 추운 북쪽으로 이동했는데, 장구한 세월이 지나다 보니 지금 이 자리에 있다.

너의 발자국을 다시 들여다 본다. 너의 발자국은 우리의 시선을 7천만년 이전의 지질시대, 7천년전의 선사시대, 그리고 현세를 교차해 응시하도록 한다.

7천년전쯤의 네 발자국 앞 절벽에 그림을 새겼던 선사인은 너의 둥근 발자국이 그저 도토리를 저장하기 좋은 것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지금의 우리는 경이로운 너의 모습을 영상으로 구현해 ‘쥐라기공원’이란 영화를 만들었다. 너를 복제해서 구경거리로 만든 뒤 많은 돈을 벌려다 파국적 결과를 빚게 됐다는 얘기다. 너희 무리 가운데 한 종인 티라노사우르스의 가공할 발자국 소리를 기억한다.

너의 발자국에서 보는 것은, 카이네틱댐을 만들기 위해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고, 천공기로 땅을 뚫어서는 안 된다는 신호다.

<김한태 편집국장>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