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루판 이모저모
투루판 이모저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0.3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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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식 하객을 맞는 위그루족.

투루판에서 우리를 안내하는 위구르족 가이드를 따라 그의 집으로 향했다. 마침 자신의 남동생이 결혼하는 날이기도 해서 우리를 초대한 것이다.

투루판 결혼에서도 신랑 측 부담이 커서 약혼이 이뤄지면 양이나 염소를 신부 측에게 보낸 후 지참금을 줘야하며 신혼집도 장만해야 한다. 결혼 비용은 2~3만 위안 정도. 농촌에서 이 정도 돈을 마련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신랑집 앞에는 친지들 차량이 행렬을 이루고, 흥을 북돋아주는 밴드가 촬영기사와 함께 앞장선다. 위구르족은 대가족제도 이루고 있어 경조사에는 친지들로 북적거린다. 차량 행렬이 신부 집에 도착하면 마중 나온 주인과 포옹을 하고 주인이 따라주는 주전자 물로 손을 씻는다. 앞마당에는 각종 요리재료가 수북하고, 커다란 솥에는 음식이 가득하다. 마당 한쪽에는 한달 전부터 신부에게 미리 보낸 축하선물이 놓여있는데, 선물 중에는 오토바이나 가전제품 등 생활용품이 주를 이룬다.

안채로 들어서면 신부 대기실이 있고, 한쪽에는 여자 손님들, 다른 한쪽에는 남자손님들이 따로 모인다. 이슬람사회라 결혼식에도 남녀 구별이 뚜렷하다. 방 내부에는 높이 솟은 구들장이 있고 아랫목에는 이불이 깔려있으며, 그 중간에 테이블보를 깔고 동그란 빵인 난(nan)과 창이라고 불리는 꽈배기 모양의 튀김과자, 그리고 각종 전통과자와 사탕이 손님을 맞는다.

▲ 아스타나고묘

귀한 손님에게는 아랫목 가운데에 앉히고 음식을 대접한다. 매콤하면서 우리 입맛에 맞는 촉촉한 짬뽕색깔의 고기야채볶음이 나오면 난을 여기에 적셔 먹는다. 그리고 쇠고기수육, 기름진 볶음밥 폴로(polo), 면발 굵은 잔치국수도 나온다. 그중 폴로는 쌀을 주재료로 양고기, 당근 등을 첨가한 음식인데, 이 음식은 주로 남자들이 마당에 옹기종기 모여 요리한다. 손님맞이를 좋아하고 열정적인 이들은 연신 “약심수스(안녕하세요)”, “라흐만(감사합니다)”, “하이라후오시(안녕히 계세요)”를 외치며 하객을 접대한다.

결혼문화를 체험 후 우리는 기원전 1세기에 건설돼 9세기에는 고창 회골왕국 즉 위구르족 왕국의 중심도시가 된 고창고성을 거쳐 아스타나고묘를 참관했다. 이곳은 지하 역사박물관으로서 계약문서와 정부문서 등 종이문서와 조형물, 모직제품 그리고 식품 등 다량의 문물이 출토된 곳이다. 당시 정치, 경제, 군사, 문화, 사상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진귀한 중국 미라가 이곳에서 발견됐는데, 이 미라는 당나라 시기의 남녀 미라로서 이집트 미라처럼 온전한 모습으로 보존돼 있어 눈길을 끈다.

▲ 화염산.

아스타나고묘 탐방 후 바로 투루판 동쪽 편 화염산으로 향했다. 화염산은 손오공과 현장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대당삼장취경시화’와 ‘서유기’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손오공이 파초선으로 불길을 잡고 나찰녀 및 우마왕과 싸움을 벌인 이야기의 배경이 된 이 화염산은 붉은 돌과 모래로 이뤄진 용광로 속 불길 모양의 산이다. 이곳에는 뜨거운 열기를 잴 수 있도록 고안된 세계 최대 규모의 온도계가 세워져있어 흥미를 더해준다. 웅장하면서도 황량한 이 산줄기를 보고 있노라면, 과거 50도를 오르내리는 이곳을 고통과 인내속에 오가던 실크로드 여객들의 마음이 짠하게 느껴진다. 아울러 대자연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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