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만 할 줄 아냐?
너희들만 할 줄 아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0.2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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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 잘하는 선생님이 있다. 학생이나 직장인들에게 철천지한이 되는 영어 공부…. 우리가 사는 조선 천지에 영어시험을 치지 않는 데가 어디 있는가? 영어를 잘하는 것이, 바로 출세 길이라 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는 매달 토익시험을 즐겨 보는데, 6년 동안 만점 신화를 46번이나 연속 깨고 있다.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이 희귀한 경력의 주인공은, 서울 어느 유명학원의 영어강사다. 의외로 어릴 때부터 꿈은, 소박하게도 학원의 선생님이라 한다. 왜냐하면 일의 성과만큼 얻을 수 있는 공정한 직업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영어 공부 잘하는 비결을 그에게 물어보면, 다름 아닌 ‘반복적’ 연습이란다. 반복해서 외우고, 듣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 경험이라야 고작 2개월 밖에 되지 않는 완전 토종이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로 올라 가보자. 가난한 ‘한석봉’은, 글씨연습을 하는 붓과 종이가 없어 자기 집 마당에 있는 반들반들한 항아리에 물을 묻혀 쓰고 또 쓰고 연습했다한다. 그것도 수없이 지우고 쓰고 반복하면서 말이다. 어머니의 지극한 관심으로 먼 곳에서 공부를 수련하건만, 어느 날 어머니의 얼굴이 너무나 보고 싶어 난데없이 집으로 찾아온다. 그날 밤 호롱불을 꺼놓고 예능시합을 벌이는데 완패하자, 다시 기나긴 수련의 길로 쫓겨 떠난다.

명나라 학자 ‘왕세정’(王世貞·1526~159 0)은 석봉의 글씨를 보고 “성난 사자가 바위를 갉아내고, 목마른 천리마가 물을 찾아 달리 듯 힘이 찬 글씨다”라고 극찬한다. 추사 김정희와 쌍벽을 이룬 그는, 10년 동안 수련을 거듭 결국 조선의 신필(新筆)이 된 것이다. ‘반복’의 힘이 어떤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서양에도 불굴의 위인이 있다. 눈과 귀가 멀고 말도 못하지만, 나폴레옹에 비유되는 거인 ‘헬렌 켈러’다. 그녀는 자기의 일기장에 다음과 같이 간절히 소원을 쓰고 있다. “만약 내가 단 삼일만이라도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제일 먼저 ‘설리번’선생님의 얼굴을 보고 싶다. 그 다음에는 바람에 나풀거리는 나뭇잎과 들꽃을 보고 싶다. 그리고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의 표정도 보고, 영화관이나 오페라 하우스의 멋진 공연도 보고 싶다.”

핵심을 이야기하자. 그녀의 가정교사인 설리번은, 헬렌의 손에 차가운 물을 틀어주고 ‘물’(water)이라는 단어를 손바닥에 써주면서 연상시킨다. 그런 방법으로 세상의 많은 사물들을 익히는 데 오랜 시간을 쏟는다. ‘물’이라는 단어 하나로 7년 동안 사투를 벌인 그녀는, 후일 하버드대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5개 국어까지 정복하게 된다. 정말 끊임없는 ‘반복’수련으로 세상을 바꿔 놓은 것이다.

프랑스의 ‘셀레스코비치’(Danika. Seleskovic·1921~2001)라는 파리 제3대학 번역대학원(ESIT) 원장이 있었다. 4개 국어를 그 자리에서 즉시 통역하는, 말 그대로 ‘걸어 다니는 사전’이다. 훗날 그의 명성을 영원히 기리기 위하여 ‘셀레스코비치 상’까지 제정할 정도로 유명한 베테랑 학자이다. 상을 이야기하자면, 통번역학 부문에서 탁월한 연구업적을 남긴 인물에게 주어지는 노벨상 같은 것이다.

그는 강조한다. 모든 외국어 공부는, 먼저 사전 없이 ‘통으로’ 읽어가며 전체적인 뜻을 파악하는 방법이 좋다고. 그리고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면서 열 줄 정도의 문장을 외우더라도 자기 것으로 완전히 소화하는 방식을 권유한다. 더욱이 외국인과 대화할 때는 ‘부딪쳐서 깨지는’ 훈련을 거듭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 단계씩 올라감으로써 어느 순간 ‘귀가 트이게’ 된다는 이론이다. 단, 여기에는 모국어의 실력에 따라 외국어는 좌우된다고 덧붙인다.

얼마 있으면 국가적으로 큰 행사인 수능시험를 비롯, 다양한 영어시험이 줄줄이 이어진다. 외국어를 터득하는 방법에 절대 왕도는 없을까? ‘반복적’이고 꾸준한 학습이 진리이고 최고의 첩경이다.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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