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률에 주목하라
응답률에 주목하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10.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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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자신의 부고(訃告)만 빼고 뭐든지 언론에 나오면 좋아한다는 말이 있다. 정치인은 자기을 비판하는 기사를 써도 고마워한다. 비판이건 칭찬이건 유권자 머릿속에 항상 남아 있어야 하니까 자신이 어떻게든 언론에 노출되길 원한다. 그래서 흔히 연예인과 비교한다. 인기를 먹고 산다는 점과 누군가에게 잊혀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말이다. 연예인과 정치인은 대중이나 유권자에게 한 번 잊혀지면 그걸로 끝이다.

최근 지역 국회의원이 각 언론사에 해명 자료를 보냈다. 모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하면서 자신을 후보군에서 제외한데 대한 항의성 해명이었다. 내년 울산시장 선거 출마를 고민 중이라는 그는 조사대상 선정 기준이 무엇이냐는 의문을 던졌다. 얼마 전 방송사 여론조사에서 1위를 했으니 그 지지표가 누군가에게 쏠렸다면 여론조사 측면에서 왜곡된 결과로 볼 수도 있어 문제제기는 옳았던 것 같다. 물론 유권자들에게 잊혀지지 않으려 노력한 것이란 반응도 있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은 선거 관련 정보를 비중있게 보도한다. 언론의 선거정보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여론조사 결과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지지율과 다른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악할 수 있고 무응답자와 부동층 규모도 알 수 있다.

언론사들은 여론조사를 전문기관에 맡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으로 여론조사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누가, 왜, 무슨 목적으로 조사를 실시하느냐이다. 방법은 대부분 전화 조사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응답자를 선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요즘 대부분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전화를 사용한다. 낮에 집에서 전화를 받는 응답자가 누구며 요일별 시간대별로 누가 응답하는지가 중요하다. 또 부동층은 대부분 선거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20대가 대표적이다. 이들을 어떻게 조사에 포함할 것이며 세대별 대표성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 그 여론을 일반화 객관화하는 것이 무리가 아닌지를 고민해야 한다.

‘조사응답률’에도 주목해야 한다. 응답률은 여론조사에서 표본오차와 신뢰수준만큼 중요한 수치다. 몇 명에게 물어서 답한 사람이 몇 명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당연히 응답률이 낮으면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

통계학적으로 응답률이 50%를 넘어야 신뢰성을 갖는다고 하는데 미국 등에선 30% 이하의 응답률을 기준으로 그 이하면 조사의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결과를 아예 폐기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조사 결과 응답률 30% 이하가 수두룩하다. 심지어 10%대 응답률도 흔하다. 아예 응답률이 얼마였는지 밝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가 어떨지 짐작할 수 있다. 신뢰는 여론조사의 가장 중요한 생명이다.

이처럼 여론조사는 많은 오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언론은 이러한 여론조사의 함정과 한계점을 설명해 줘야 한다. 단순히 지지율만 부각해서 자극적인 제목을 다는 것도 문제다.

공직선거법에는 여론조사 공표요건을 제시하고 있으니 언론의 여론조사 보도가 그 요건을 제대로 갖췄는지도 살펴야 한다.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수많은 여론조사가 나올 것이다. 정당, 후보, 언론사 등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주체를 분명히 밝히지 않거나 정체가 의심되면 응답하지 않아도 된다.

나아가 지역 현안이나 유권자가 바라는 공약, 선거 이슈와 쟁점, 후보의 장단점과 이미지 그리고 후보자 평가 등 좀 다양한 주제를 포함하는 것도 좋은 조사라 할 수 있다.

<김잠출 국장/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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