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아이디어·기술 가진 ‘히든챔피언’
파격 아이디어·기술 가진 ‘히든챔피언’
  • 정인준 기자
  • 승인 2013.10.1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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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피알-엔진·변속기생산 자동화설비 제작 세계굴지의 강소기업
▲ (주)피알 사원들이 생산1공장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정영준(경영기획)대리, 고성헌(기업부설 연구소 설계연구)대리, 안세라(총무·회계)사원, 이성환(생산PM)과장. 김미선 기자

으뜸기업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기업이다. 미래에 중견·대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라는 것. 울산지역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10개 사 총 20개 사가 선정됐다. 으뜸기업 선정은 기업밸류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구인난을 겪고 있는 강소기업을 소개해 인재를 매칭해 주는 목적도 있다. 격주간으로 울산지역 으뜸기업을 찾아가 본다.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곳에 (주)피알(PR)이 있다. 자동차 엔진·변속기부문 생산자동화설비를 제작하는 이 업체는 현대차와 함께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현대차와 함께 성장, 1차 밴더…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지난 8일 롯데호텔울산에서 열린 ‘울산수출상담회’에서 피알은 말레이시아 3위 완성차 기업 하이콤(HICOM)으로부터 향후 자동화 생산설비 발주에 대한 약속을 받았다. 하이콤은 폭스바겐이나 벤츠로부터 엔진을 사와 자동차를 생산하는데, 내년께 자체 엔진제작을 앞두고 피알의 설비를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다. 하이콤은 수년전부터 피알을 검토해 왔고, 결정적 순간에 피알을 선택했다. 엔진·변속기부문 생산자동화설비업계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서의 진가를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다.

피알이 하이콤의 파트너로 선택될 수 있었던 데는 엔진·변속기부문 생산자동화설비를 설계부터 제작, 감리, 시운전까지 턴키(Turnkey)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는, 세계서 몇 안되는 업체기 때문이다. 크든작든 엔진제작에는 변속기까지 1만5천여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이 부품을 각 공정에 맞게 준비해 최적화된 조립라인을 만드는 게 피알의 경쟁력이다. 하이콤처럼 엔진제작 부문에 처음으로 진출하는 기업으로서는 턴키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는 피알의 기술력이 꼭 필요하다. 자동화설비를 만드는 수 많은 기업이 있지만 피알과 같은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피알의 설비는 현대차울산공장, 미국 앨리베마공장, 북경현대, 체코현대 등등 글로벌 현대차와 함께 하고 있다. 현대차공장이 있는 곳에 피알이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 1차 밴더로 현대차와 함께 성장한 피알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1위 완성차 업체인 플로톤(Proton)이, 피알의 설비를 채택하고 있고, 후발 주자인 중국의 기업들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장비를 만들어 한 개의 공정이라도 더 축소하려는 피알의 노력이 완성차 업계의 수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놀랄 엔진·변속기 세척기 개발 중

피알의 신성장 동력은 자동차의 몸체를 깨끗이 세척하는 ‘세척기’ 분야다. 자동화설비를 만들다 보니 부품을 준비하는 전단계로 부품의 세척이 필요한 데, 현재 이를 사람이 손으로 하다보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세척력도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를 해결해 완전 자동화한 제품이 피알의 ‘세척기’다. 피알은 세계 세척기 시장에서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이 될 계획이다.

피알은 4년전 현대중공업에 대형엔진용 실린더라이너 세척기를 제작해 납품했다. 세계 유수의 세척기 제작기업들이 달려들어 이 세척기를 만들려 했지만 모두 손사래를 쳤다. 32종이나 되는 엔진크기에 맞춰 한 개의 세척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해 달라는 현대중공업의 요구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피알이 해결하고 세척기를 만들어 납품했다. 세계가 놀랄 파격적 아이디어가 번득이는 기술력의 개가였다. 현대중공업은 이 세척기를 통해 7~8명이 하던 수작업을 자동화했고, 품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불량률(0%)과 원가(30% 이상)을 낮췄다. 또 작업안전성 및 생산성은 50% 향상됐다.

피알이 이 기술력으로 자동차용 엔진·변속기 세척기를 만들고 있다. 현재 이 세척기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해 개발완성 단계에 있다. 기존의 세척공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이 세척기는 피알의 신성장 동력이다. 피알은 이 ‘세척기’의 개발완성에 맞춰 곧바로 상업생산에 들어갈 대구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자동차 엔진·변속기부문 생산자동화설비 사업을 이을 후속타가 ‘세척기’ 사업이다.

7년새 매출 5배 이상… 고속성장 ‘탄력’

피알은 2000년 탄생했다. 초기에는 지그(Zig, 공작물을 부착 또는 공작물에 부착되어 가공부분의 위치를 정하고 동시에 가공을 안내하는 특수공구)를 만들다 자동차 엔진·변속기부문 생산자동화설비 사업에 뛰어들어 국내서 독보적인 기업이 됐다. 지난해 기준 연매출은 220억원. 2005년 매출 40억원 하던 기업이 2009년 82억원, 2010년 110억원으로 7년새 5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피알 측은 “몇년까지 얼마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기 보다는 글로벌 환경의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며 성장단계를 밟아 나갈 것”이라며 “글로벌 현지법인과 세척기 사업 본격화는 피알이 한층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라고 밝혔다.

피알은 중국, 미국, 일본, 인도, 슬로바키아, 터키 등 세게 13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2007년에는 인도, 터키 및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인도 첸나이에 현지법인을 세웠고, 올해 1월에는 중국법인을 설립했다. 주요 클라이언트는 국내 현대 기아차, 르노삼성, 쌍용, 현대위아, 현대중공업, 현대파워텍, 현대모비스, 두산인프라코어가 있고 해외에는 현대차 글로벌 법인과 세척기 기술협력을 위한 독일 지펠, VALOANT, TAIVO 등 외 다수가 있다. 정인준 기자

<맨 주먹으로 일궈낸 ‘마이너스 인생’ 뒤집기>

 

 

“사람 신뢰 않았으면 역전 없었다”

“피알의 과거·현재·미래를 연결시켜 시대를 뛰어넘어 모두가 하나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게 저의 바람입니다. 피알 1세대가 후배들에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며 함께 즐길 수 있는 복지시설을 만드는 것이죠.”

(주)피알 박건일(사진) 대표의 꿈은 ‘사람이 전부다’라는 그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다. 빚 6억원을 안고 명의를 빌려 회사를 시작해 10여년만에 매출 200억원이 넘는 강소기업을 일궈낸 그의 인생에서, 사람이 주는 신뢰가 없었다면 역전도 없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잘 나가던 현대차 직원에서 1991년 빚보증으로 빚만지고 거리에 나앉았다. 그런 그를 다시 일으킨 것은 회사동료들. 모시던 회사 상사 부인은 선뜻 명의를 빌려줘 2000년 회사를 차리도록 도와줬다. 현대차 출신이라는 그의 배경도 도움이 됐다.

“빚뿐인 마이너스 인생이었죠. 죽고만 싶었는데 저를 도와준 사람들을 위해 좌절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박 대표는 2006년 3월 2일을 인생전환기로 삼는다. 이날 박 대표는 (주)피알 대표이사로 법인등기부에 등재됐다. 6년간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것.

그래서 그가 경영하는 회사의 분위기도 가족같다. 박 대표는 “한 번 뽑은 사람은 절대로 내치지 않는 방침”이라며 “탕아라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맨주먹으로 기업을 일으킨 박 대표기 때문에 무엇보다 기술력에 사활을 걸고 있다. 피알의 직원은 해외법인까지 80명(국내 45명, 해외 35명 이중 10명이 연구개발 인력). 국내 기술특허 19건, 해외 1건 등 지식재산권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박 대표 자신도 현대자동차 생산기술·설계·자동화부문에서 일했던 엔지니어다. 그는 4년전 현대중공업에 납품한 중대형엔진 실린더 라이너 세척기 개발한 공로로 오는 28일 미래창조과학부 주관 ‘이달의 엔지니어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이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세계 각국의 자동차부품 및 설비부문 박람회 참가를 수년째 해오며 ‘PR의 기업경쟁력’을 소개하고 있다. 이에 대한 성과가 최근 부쩍 나타나고 있다. 밑밥을 뿌린 결과다.

“아시아쪽 기업들을 상대하다 보면 피알의 기술수준이 한 참 앞서 있습니다. 우리가 제시하는 수준을 아직 못따라 오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장래에는 이들이 우리의 고객입니다. 한 건의 수주를 위해 신발이 닿도록 뛰어다니는 이유랄까요?”(웃음)

박 대표의 좌우명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 노력하면 안되는 게 없다’는 것이다. 뚜벅뚜벅 주어진 길을 걸어온 그의 삶이 이를 증명한다. 박 대표는 “반드시 세계 최고의 기업을 일궈내겠다”며 가치를 공유하는 직원들과 함께 꿈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우리회사 어때요?>
 

 

“함께 성장해 가는 보람찾아 왔죠 ”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미래의 피알에서 임원에 도전해야지요.”

입사 1년차 경영기획팀 정영준(31·사진) 대리는 피알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다. 동아대 산업공학과를 나왔고, 육군대위로 예편한 그는 피알에 오기전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에 잠시 몸을 담았다.

“연봉은 많지만 조직의 일원으로 인생을 낭비하겠더라구요. 결국 보람있는 일을 찾아 피알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정 대리는 입사전 대기업 택배사와 피알을 놓고 고심했다. 사실 피알을 선택하게 된 것은 그의 친구인 입사 8년차 설계기술영업팀 강문성 과장의 영향이 컸다. 친구는 과장으로 자신은 대리로 시작하지만 “함께 미래를 보자”는 설득에 마음이 흔들렸던 것.

이와 함께 박건일 대표의 경영철학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면접을 보는 데 대표님의 마인드가 군에서 요구했던 ‘참여형 리더’라고 생각이 됐습니다. 실패에서 배울 수 있도록 격려하는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정 대리에게 피알의 자랑을 해달라 했더니 대기업에 비교될 수 없지만 ‘자기계발’을 위한 적극적인 교육지원제도라고 말했다. 각종 기관에서 실시하는 FTA원산지관리사 양성, R&D전문인력 양성, ISO 9001 내부심사원 교육 등 기업경영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고, 수시로 사외 전문강사를 초청해 고급지식이나 교양을 배우는 프로그램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월별, 연단위로 직원성과를 평가해 보상하는 포상제, 사원 기념일 챙겨주기, 독신자숙소, 사내 체력단련실, 1년 1회 콘도이용 등을 누릴 수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직원들 중 특별한 애로발생 시 상담 및 지원도 함께하므로 사원들이 마음 든든히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밝혔다. 또 세계 각국에서 개최되는 박람회에 참가해 견문을 넓히는 기회도 놓칠 수 없다고 했다.

“회사를 키워야죠. 여기선 뭔가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 대리는 끝으로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이 무엇보다(돈, 명예)보다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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