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의 바른 길
비교의 바른 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6.23 2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터울이 적은 자식을 둘 이상 두었을 때, 부모가 조심할 일은 두 형제, 자매, 남매를 비교하는 일이다. 형(동생)은 이러이러한데 너는 왜 이러느냐고 비교를 해서는 안 된다. 하나만 두었어도 이웃집 아이나 학교의 친구를 비교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 잘 한 일도 안 되지만, 잘 못한 일을 두고 비교하면 더 나쁘다.

예나 지금이나 교육의 이상적인 목표는 사회적으로는 국가 발전이고, 개인적으로는 ‘자아실현(自我實現)’이다. 자아실현의 출발점은 ‘나는 나이다’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를 내가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잘 나도 나, 못 나도 나이다. 이러한 내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자율적(自律的)이어야 한다. 스스로 지켜야 할 일을 정하고, 이 일을 스스로 지키는 마음 갖춤세(mind setting)가 자율적인 행동이다. 자율의 경지가 최고에 이르는 사람이 성자(聖者)들이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스스로 정해 놓고도 간간히 자기와의 약속을 어긴다. 그래서 기계가 아닌 사람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그렇기 때문에 살맛이 나는 것이기도 하다.

상당수의 예술가들이 진정한 예술가가 되려고 가난 속에서 작품제작에 골몰한다. 바로 나는 나이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종교가들이 세속적 욕심을 참고 수행에 정진한다. 바로 나는 나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독립운동가의 상당수는 가족을 팽개친 채 목숨을 걸고 일본과 싸웠다. 나는 나이기 때문이다. 독립운동의 한 방편으로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며 교육에 심혈을 기울인 조상들이 있었다. 높은 관직에는 뜻이 없고, 실력 있는 젊은이들 키워내는 것에 맛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상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야 하고, 다른 집단들과 나의 집단 또는 우리의 집단을 비교해야 하고, 나와 국민들을 제대로 비교할 줄 알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대통령이다. 그 사람과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정확하고 냉정하고, 따라서 객관적으로 비교해야 하는 양심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람들이다.

대통령이 ‘나는 나이다’하면 예술가가 되든지, 종교가가 되든지 해야 한다. 이런 일에는 다른 사람과의 인간관계가 중요하지 않다. 후세에 인정을 받아도 되니까 현재 중심의 인간관계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대통령은 현재 중심이다. 인간관계, 특히 비교해서 얻은 객관적 자료로 신경을 써야 하는 인간관계가 우선이다. 진부한 표현으로 ‘인사가 만사다’는 말은 인간관계의 비교를 잘 하라는 뜻이 함축되어있다. 여기에 하나의 조건이 있다. ‘비교하는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이다.

정치의 생리와 윤리의 생리는 작용이 다르고, 우선순위가 다르다. 정치생리는 이겨서 지배해야 하는 흐름이고, 윤리의 생리는 순리대로 지키는 흐름이다. 정치 이전에 사람으로서의 윤리가 먼저다. 그래서 군대를 갔다 와야 정치판에 끼일 수 있다. 사기를 친 경력이 있어도 안 되는 것이 정치에 앞서 윤리를 중히 여기는 이유다. 인간관계에서 비교하는 기준을 윤리에 두어야 하는 것이 결론이다. 청와대에서 기도만으로 해결되리라 기대하면 안 된다.

/박문태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