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학(?)
대통령학(?)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6.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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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논의의 대상이 되는 대통령학의 중심은 대통령이 되어 어떤 리더십, 어떻게 통치기술을 발휘할 것인가를 다루는 것이다.
조선시대 말기, 과거제도가 아직도 힘을 발휘하고 있을 때,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에 갔던 울산 출신들은 지역 차별을 받아 불이익을 당했기 때문에 과거시험 답안지의 맨 끝 아랫부분에 ‘언양에서 온 OOO’라고 했다고 한다. ‘울산’에서 온 아무개라고 하면 글을 아무리 잘 써놓아도 읽어보지도 않고 떨어트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근거 없는 이야기이다. 하여간 울산 사람들은 관직에 나가기가 그만큼 어려웠다는 것이다.

시대는 바뀌어 능력만 있으면 장관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울산과 인연을 맺어서 울산대학교 총장을 하다가 장관급으로 한양에 올라간 사람들이 세 명이나 나왔다. 그 중의 한 총장은 국내의 여러 대학에서 총장을 오래 했고,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총장의 경험이 풍부하여 반 농담, 반 진담으로 ‘총장학’ 책을 쓰겠다고 하였다. 이를 주위에서 말렸다. 학(學)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학문의 대상으로 ‘총장’은 특수한 예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요즈음 뜬금없이 ‘대통령학’이라는 용어가 나왔다. 학으로서의 문제가 있다. 학문의 기초는 개념으로부터 나온다. 개념은 개개의 사물들에서 서로 공통되는 속성을 뽑아내어 만들어낸 추상적인 관념의 대상이다. 책상은 분명히 추상적인 대상이다. 무한할 정도의 각기 다른 책상이라는 물건들의 속성으로 ‘책상’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진다. 이보다 더 추상적인 개념이 소위 추상명사(抽象名詞)라는 ‘정의(正義)’ ‘자유(自由)’ ‘권리(權利)’ 등이다. 대통령학이 학문으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대통령학만의 개념들이 있어야 하고, 이 개념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어서 어떤 법칙이 나오고, 이런 법칙들이 모여 이론을 만들고, 여러 이론들이 계속 변화, 발전할 때 학문으로서의 입지가 굳어진다. 가장 오래된 학(學)은 두 말할 필요 없이 철학이고, 가장 늦게(?) 나타난 것이 광고학(廣告學)이다. 철학의 대상은 모든 사물이고, 광고학의 대상은 언론매체와 마케팅 전략이다.

대통령학이 학문으로서의 역할을 하려면 몇 안 되는 대통령들을 놓고 공통되는 개념을 도출해야 한다. 극히 어려운 일이다. 다르게는 이들 대통령을 어떻게 선출하느냐를 연구한다면 당연히 정치학, 행정학(사실 행정학이 학문이냐는 주장도 있다. 아마도 이것 때문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행정학과가 폐쇄되었는지도 모른다)에서 다룰 문제이다. 대통령이 할 일을 다룬다면 법(法)대로 이다. 지금 논의의 대상이 되는 대통령학의 중심은 대통령이 되어 어떤 리더십, 어떻게 통치기술을 발휘할 것인가를 다루는 것이다. 이것 조차 법의 테두리 안에서이다. 법을 지키며 극적인 반전을 이루어내는 콩트 같은 일들이다. 모두 특수한 상황에서, 특수한 처방으로, 비방약을 쓰듯이 어려운 일(重病)을 이겨낸 이야기들이다. 특수 대 특수는 학의 범위를 벗어난다.

대통령실의 정정길 실장은 과거 학생 때부터 엊그제 울산대 총장 시절까지 법을 따르는 관리자이었다. 그럴 이야 없겠지만 울산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울산만을 위한 대통령학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누가 그랬듯이, 신임 실장을 호평하는 사람들도 꼿꼿한 결단력을 아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저 이명박 대통령이 재산 헌납 약속을 바로 시행하도록 충언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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