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 총장이 청와대로 간 까닭
울산대 총장이 청와대로 간 까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6.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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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정정길 전 울산대총장을 대통령 실장으로 발탁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현 국정난맥을 타개키 위한 ‘구원투수’다. 대통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정치 색깔이 없는 대학총장’을 ‘도승지’에 임명한 일은 가끔 있었다. 국민의 정부시절 울산대 총장을 지냈던 이상주 당시 한림대 총장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기용한 것이 그 한 예다. 당시 DJP로 대변되던 김대중, 김종필 연합정권이 와해되고 국민의 정부가 ‘호남정권’이란 비난의 도마에 오르자 경북 영주 출신인 이상주 전 울산대 총장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해 2001년 9월부터 2002년 1월 까지 4개월 동안 지역 균형의 중개자 역할을 맡겼었다. 그러나 정권 말기 레임덕 현상이 심화되자 국정조정 능력을 강화하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전윤철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이번 정정길 실장의 기용은 이상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경우와 사뭇 다른 점이 있다. 이 전 울산대 총장은 정권 말기에 ‘균형 조정자’였던 반면에 정정길 실장은 집권초 ‘대외 조정자’ 역할을 맡게 됐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미 쇠고기 파동에 이은 촛불집회에서 정권 퇴진론이 흘러 나왔을 때 이 대통령이 가장 ‘뼈저리게’ 느꼈던 것은 두 가지 였을 것이다. 청와대 내부에 그런 사회, 정치적 운동을 경험하고 주도했던 인물이 없어서 돌발적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없음을 개탄했음직하다. 정권 출범 당시 펼쳐진 ‘류우익 실장’ 그룹의 화려한 캐스팅은 부유층에 먹혀 들어가는 출연진이었음을 늦게 깨닫고 새로운 ‘대체 조직’이 필요함을 느꼈을 것이란 얘기다. 미국유학에서 박사학위를 따 온 상류층 자제를 ‘승지’로 삼아 정사를 펼쳐보니 민중저항에는 속수무책임을 인식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6.3사태 때 함께 데모를 주동했고 옥고를 치렀던 정정길 실장을 택함으로써 투쟁적 반 정부세력에게 ‘청와대 변신’을 통보한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반정부 시위는 우리가 오히려 원조(元祖)’라는 점을 어필 시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대표적 인물 중 하나인 정정길 전 울산대 총장을 ‘도승지’에 발탁해서 현 정권이 ‘강부자, 고소영’ 그룹이 아니라 실체는 ‘과거 민주화 세력’임을 천명하고자 했을 것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볼 때 정 실장의 이번 등용은 이전의 사례와 다르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흐름은 이 대통령이 정 실장 발탁의 변(辯)을 밝힌 부분에서도 감지된다. “가장 도움이 되고 보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다해 부탁했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학자 출신으로서 정권의 핵심역할을 맡기엔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난 교수치고 사회를 폭 넓게 알려는 사람”이라고 응수한 정 실장의 언급도 ‘구원 투수’만은 아님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향후 대통령 실장의 행동반경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내부에서 실제 권한을 행사하되 ‘대통령의 그림자’로 자처했던 류 전 실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일 것 같다. 정 실장은 당, 정에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고 사회단체, 조직에도 전반적으로 대처할 것이 분명하다. “촛불시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사전에 일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말이 이런 부분을 대변하는 셈이다. 정부 기조가 전면적으로 재편되는 과정 속에서 등장한 정 실장이 해야 할 일은 간단치가 않다. 그러나 대통령의 ‘분신’으로 명심해야 할 일은 이명박 대통령의 근원(根源)을 잊지 않는 것이다. 이번 개편으로 정부의 의사소통, 변신, 체질개선이 이뤄진다 해도 ‘대통령 당선’의 근저였던 ‘경제 살리기’가 퇴색 되선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럴 경우 현 정부는 더 큰 난관에 봉착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근원(根源)을 잊지 않는 것이다. 이번 개편으로 정부의 의사소통, 변신, 체질개선이 이뤄진다 해도 ‘대통령 당선’의 근저였던 ‘경제 살리기’가 퇴색 되선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럴 경우 현 정부는 더 큰 난관에 봉착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 정 종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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