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하며 읽어야 할 여론조사
의심하며 읽어야 할 여론조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9.2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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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주민이 다른 구군보다 훨씬 많은데도 지역 표본을 500명으로 똑같이 맞춘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최근 한 지역 언론이 실시한 여당의 차기시장 후보 여론조사에 대해 김두겸 남구청장이 한 말이다. 여론조사의 표본집단의 크기를 지적한 것으로 여론조사가 흔히 빠질 수 있는 함정 중의 하나를 짚은 것이다.

내년 6·4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5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 때까지 출마 예상자들과 정당들은 후보 결정을 위해 전력을 기울인다. 그러니 선거에 중요한 잣대로 활용되는 여론조사에 관심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여론조사 결과 지지도가 낮으면 선거운동을 공세적으로 바꾸게 되고 높은 지지율이 나오면 지켜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여론조사 발표와 보도는 액면 그대로만 읽어선 안 된다.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고 봐야 제대로 읽힌다. 먼저, 표본 집단의 크기와 선택이 바른가. 신뢰도와 오차범위 허용은 어떤가. 실제 여론이 제대로 반영된 것인가. 응답자들이 진정 본심으로 답했는가. 그들은 투표장에서도 그대로 투표할까. 무응답은 얼마나 되고 이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조사기관이 정말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었는가. 결과는 공정하게 분석했는가. 여론조사 보도는 공정한 해석을 했는가. 조사와 보도는 적절한 시기에 했나 등 제대로 읽어야 하는 것이 여론조사와 관련 보도다.

1987년 대선 이후 본격 도입된 우리나라 여론조사는 여러 경험으로 알듯이 잘못된 조사도 많았다.

우선 정확성의 문제와 조사 방법의 한계다. 휴대전화 가입자를 제대로 포함하지 못하는 기술적 오류가 있다. 아직도 집 전화로만 조사해 발표하는 어리석은 조사도 있다. 표본추출, 질문 내용 구성과 RDD의 오차문제, ‘침묵의 나선효과’와 ‘밴드웨건 효과’에 대한 보정도 문제다.

또 누가 어떤 의도로 어떤 형식, 어떤 질문을 언제 누구에게 하느냐도 중요하다.

그렇다 보니 어떤 여론조사는 신뢰를 받지 못하고 폐기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선거만 다가오면 후보들과 정당들은 왜 여론조사로 후보 결정까지 하는가? 언론은 왜 여론조사 보도를 그렇게 경쟁적으로 할까?

그것은 여러 불합리와 오류, 함정이 발견되지만 아직은 여론 파악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주의의 근본은 여론이라고도 하니까….

여론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요즘 유행하는 소통과도 통한다. 그만큼 현대의 선거전 에서 여론의 흐름을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는 여론조사가 최고의 방법이다.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도 그렇다. 다만 정확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과 정당의 여론조사 발표가 잇따를 것이다. 신문 방송의 여론조사 보도 역시 줄을 이을 것이다. 후보나 정당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는 확대 해석하거나 후보 선택의 자료로 전파하는데 열성을 다 할 것이다.

언론은 자체 조사나 아니면 인용을 하면서까지 여론조사 보도를 쏟아낸다. 수용자는 독자와 유권자들이다. 여론조사는 함정과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다.

그렇다면 결국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돌아온다.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이슈가 등장하고 선거에서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율을 예측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독자와 유권자들은 여론조사가 안고 있는 한계와 역기능, 숨겨진 함정이 있다는 의심을 갖고 꼼꼼히 읽어야 한다.

여론조사가 곧 투표의 결과, 선거 결과가 아닐 수도 있다. 또 아무리 과학적이고 엄격한 방법을 동원한 조사를 한다 해도 조사와 분석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완결무결이 있을 수 없다. 조사시점과 대상, 지역과 횟수별로 어떻게 변하는지, 특정 추이가 나타는지 등을 참고하면 그것으로 가치는 충분하다.

“모든 조사의 ‘퍼펙트’한 결과는 오직 신의 영역일 뿐이다.”

<김잠출 국장/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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