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루판 속 위구르 문화
투루판 속 위구르 문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9.2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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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레스 부변의 포도 말리는 창고.

투루판에 도착하자마자 호기심을 안고 카레스로 향했다. 샘물길인 카레스는 수십㎞ 이어지는 지하 인공 물길로서 식수와 농업용수로 사용하도록 고안한 위구르족 전통 유산이다. 건조하고 뜨거운 기후 속에서 물의 증발을 막기 위해 지하에서 물길이 높은 곳에서부터 점차 낮은 곳으로 흐르도록 고안한 그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카레스 주변에는 통풍이 잘 되도록 구멍이 여러개 뚫린 흙벽으로 둘러쳐진 창고들이 있는데, 이것은 바로 포도를 말리는 창고이다. 길가 어디서나 포도밭이 펼쳐져있을 정도로 포도가 특산인 지역답게 생포도나 건포도 모두 맛이 좋고 당도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높다. 포도농사와 더불어 하미과(哈密瓜) 즉 멜론농사도 많이 짓는다. 하미과라는 명칭은 투루판 인근 지역인 하밀(哈密)이라는 도시에서 따온 것이다.

길가를 오가는 여인들은 대부분 히잡이라는 두건을 두르고 있는데,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색깔의 히잡을 두르기도 한다. 다만 흰색 히잡은 상을 당했을 때만 두른다.

낮이 되면 거리에는 사람들이 뜸해진다. 9시에 출근해 1시 반 귀가 후 식사를 하고 쉬다가 3시쯤 다시 출근하기 때문이다. 투루판에도 우루무치와 마찬가지로 이슬람사원이 많고, 이슬람신자들은 하루에 다섯번 기도를 한다. 금요일은 ‘쭈어마’라고 하는 공휴일로서 쉬는 날이다. 상점 같은 곳에서는 여자가 먼저 기도를 하고 난 후 남자가 하며, 잠시 상점 문을 걸어 잠그고 기도를 하기도 한다.

주말 거리에서 펼쳐지는 결혼식 피로연도 또 하나의 볼거리다. 막 결혼한 신혼부부와 친구 하객들이 유적지나 관광지 등을 돌면서 중간 중간 차에서 내려 경적소리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그 와중에 몇몇 하객들은 종이폭죽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한껏 고무시킨다. 투루판의 결혼식 장면은 참으로 이국적이고도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신랑은 20살 전후, 신부는 18살 전후에 결혼한다고 하니 우리의 옛 풍속을 보는 듯하다.

▲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흙 성’인 교하고성.

투루판 시내에서 서쪽으로 10㎞쯤 가면 교하고성(交河故城)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흙으로 축조된 도시다. 차사국 시절인 기원전 2세기경 지어졌다가 14세기에 화재로 훼손됐다. 건조한 지역에 축조된 토성이라 어느 정도의 윤곽을 보존하고 있는데, 전체 모습은 서역 분위기를 풍기면서 마치 요르단이나 이집트 유적지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고성 안에는 200기의 영아고묘가 있는데, 정부 관공서 지역이었던 이곳에 어떤 연유에서 사망한 영아들이 안장돼 있는지 아직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한편 1777년 투루판 왕이 지었다고 하는 이슬람 양식의 소공탑은 투루판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 1777년 투루판 왕이 지었다고 하는 이슬람 양식의 소공탑.

투루판 음식에는 면요리가 많다. 반면(拌麵)과 탕면, 그리고 면을 한 줄로 길게 만들어 또아리를 튼 뱀의 모양으로 돌려놓은 후 면발이 끊어지지 않게 끓는 물에 넣어 삶은 일근면(一根面), 우육라면, 넓적한 전병 모양의 난 등 면요리를 주식으로 한다. 감숙성과 신강위구르자치구 등 중국 북부지역은 밀이나 옥수수 등이 많이 재배돼 자연스럽게 밀가루 음식이 발달했다. 산서지방에는 칼로 반죽을 잘라 국수로 만드는 도삭면(刀削面)이 유명하고, 하남지역은 빵, 만두 그리고 라면이, 산동지역은 물만두와 찐빵 모양의 포자(包子)만두, 전병을 즐겨 먹는다. 섬서지역 역시 만두와 국수를 주식으로 한다. 반면 남쪽지역은 양자강의 풍부한 수량과 따뜻한 기후 탓에 쌀농사가 발달해 쌀밥을 주식으로 하고, 국수도 쌀국수를 즐겨먹는다. 남북 간, 그리고 지역 간 음식문화가 확연히 다르다.

<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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