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대의 독서문화
스마트 시대의 독서문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9.1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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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세계 일류 IT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IT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해왔다. 그래서인지 거리에서나 건물 안에서나 사람들은 스마트기기를 하나씩 들고 그것에 몰두해 있다. 세계에서 인터넷 속도가 제일 빠른 나라, IT강국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광경들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우리나라 기업인 ‘삼성’이 미국의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최고의 스마트기기들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에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IT 강국에 이런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각종 스마트기기들의 무분별한 보급으로 언제부터인가 우리 아이들의 손에도 스마트기기들이 하나씩 쥐어져 있다. 자기 조절 능력이 있는 어른들조차 스마트기기에 중독돼 심리적 불안 증세나 신체적인 이상 증세를 보이는 사례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한 기관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의 스마트폰 중독 비율은 이미 성인의 중독 비율을 넘어섰다고 한다.

스마트 시대에 스마트기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하지만 적절한 수준을 지켜서 올바르게 스마트기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을 순식간에 삼켜버린 작지만 큰 힘을 가진 스마트기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큰 이득이 되지만, 잘못 사용할 경우 독이 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 것이다.

한 쪽에서 스마트기기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릴 때, 다른 한 쪽에서 책은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그 이유는 책의 생산-유통-소비의 연결고리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연간 독서량을 조사한 결과,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 중국 2.9권, 한국 0.8권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통계 자료를 접하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또 지금 우리나라가 커피에 빠져 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거리 곳곳에 커피 전문점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한 잔에 5천원이나 하는 값비싼 커피는 매일 사먹으면서, 책은 사지 않는 사람들의 냉대에 책은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책의 소비가 이러한 현실이니 책의 생산도 줄어들게 되고, 결국 유통에도 문제가 심각해졌다. 그동안 출판유통의 한 축이었던 온라인 서점인 ‘대교 리브로’가 지난해 12월 31일부로 문을 닫고 말았다. 스마트기기에 몰두해 있는 사람들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책에 몰두해 있는 사람들은 찾기 힘든 현실이 이를 반증해 주고 있다. 물론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전자책을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 때우기 용 게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되는 뉴스에서 알 수 있듯 그 수는 미미하다.

지식 산업은 미래의 경쟁력이다. 정보통신기술 분야와 인문사회 분야의 지식이 균형있게 발전할 때 진정한 세계 일류가 될 수 있다. 지금 당장 우리나라 스마트 폰이 세계를 석권하다시피 하니까 정보통신기술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인문사회 지식이 갈려 있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이순신 장군과 민족의 기개를 보여준 안중근 의사도 지독한 독서광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책이 죽어가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행히도 필자가 거주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각 읍·면마다 크고 작은 도서관을 설립해 군민들에게 독서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주고 있어 정말 고마운 일이다. 누구든 필요할 때마다 책을 펼쳐 볼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축복이다.

가끔 공원의 벤치에서나 달리는 대중버스 안에서 독서하는 사람을 볼 때가 있다. 그 순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 모습은 숭고하리만큼 아름답다. 동시에 보는 이의 기분마저 상쾌하게 만드는 마력을 발산하며, 옛 성현의 “백화쟁비독서향(百花爭比讀書香), 즉 백 가지 꽃향기가 독서향기에 미치지 못한다”란 글귀를 떠올리게 한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여름 동안의 산만했던 정신을 가다듬어 독서의 계절인 가을의 문턱에서 한 권의 책읽기를 통해 내면을 숙성시키고 자유로운 영혼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 이제부터라도 스마트한 독서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

<김지경 경의고 교장 울산교총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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