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최면과 플라시보 효과
자기 최면과 플라시보 효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9.1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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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유명한 최면 심리학자 에밀 꾸에(Emile Coue)는 수천명의 중환자에게 자기암시법을 실천토록 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의 성격을 개조하고 나쁜 습성을 바로잡으며 생활을 개선하는데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그는 최면 심리학자가 되기 전에는 약제사로서 오랜 세월 처방을 통해, 그 약이 환자의 질환에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가짜 약’일지라도 환자가 ‘효험 있는 약’이라고 믿으면 실제로 효험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른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라 불리는 이 현상은 의학 성분이 전혀 없는 약이라도 환자의 심리적인 믿음을 통해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플라시보’란 말은 ‘마음에 들도록 한다’는 뜻의 라틴어로, 가짜 약을 의미한다. 만성질환이나 심리상태에 영향을 받기 쉬운 질환에서는 이 플라시보를 투여해도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어 ‘플라시보 효과’라 불리게 됐다. 특히 정신적인 질병인 경우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예컨대 밀가루나 설탕을 반죽한 알약을 환자가 좋은 약으로 알고 복용하면 질병이 치료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2007년에는 미국국립보건원 실험 결과, 수면제를 먹고 평소보다 쉽게 잠드는 것은 효능과 관계없이 약을 복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리적 안정을 느끼는 ‘플라시보 효과’라는 게 밝혀지기도 했다.

따라서 제약회사에서는 어떤 약품을 개발했을 때 임상효과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플라시보를 이용한 검사를 반드시 거친다고 한다. 그 검사에는 가짜 약을 투여한 그룹과 진짜 약을 투여한 그룹을 비교, 확실한 유효성이 드러나야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유명 바둑기사 이세돌은 ‘판을 엎어라’라는 책에서 재주를 넘는 ‘노력’과 ‘생각의 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큰 경기 전날에는 자기 전에 ‘무조건 이긴다’고 자기 최면을 걸곤 했다. 그걸 기재(棋才)라고 볼 수 있을까? 내가 부족하니까 계속 연구하고 노력하고 자기 최면까지 걸면서 부족함을 채워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기재 차이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두려움을 떨쳐야 한다. 바둑을 둘 때 상대방이 어떻게 받을지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 이세돌은 자신감으로 마음을 채우고 자기만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쳤다.

일본 도카이(東海) 대학 교수이자 일본 최고의 ‘멘탈 트레이닝’ 지도자로 알려진 고즈마 요이치가 25년간 다양한 사례를 수집하고 연구해 만든 개념인 ‘슈퍼 멘탈 트레이닝’이란 것이 있다. ‘탁월한 성과를 내기 위한 방정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가 지도했던 수많은 스포츠 선수들을 보면 일류와 이류의 차이는 체력이나 신체능력, 기술에서의 차이라고 할 수 없었다.

진정한 차이는 다른 데 있었는데 바로 ‘마음 속의 작은 습관’이었다. 비단 스포츠 분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티브 잡스는 젊은 시절 인도에서 2년간 머물렀을 만큼 내적 수련에 관심이 많았고, 세계적 IT기업 오라클(Oracle Corporation)의 래리 엘리슨 회장도 규칙적 명상을 통해 집중력과 통찰력을 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퍼 멘탈 트레이닝’은 탁월한 결과를 내고 성공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 즉, 그들의 ‘마음 습관’을 연구해 일반인들도 결과를 냄으로써 성공하는 사람들과 같은 ‘마음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야구 선수들 사이에서는 “3할을 쳐 본 야구선수가 또 3할을 치게 된다”라는 말이 종종 나돈다. 이는 ‘성취감을 맛본 사람만이 계속 성취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되는 사람은 되고, 안 되는 사람은 항상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같은 상황에서 어떠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개인마다 대처하는 방식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마음먹은 대로 산다’는 말이 있다. 이는 뇌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도 달라진다는 말이다. 사람의 뇌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할 수 있다’는 자기 최면을 걸면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갖게 되고, 그것이 바로 모든 가능성의 출발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 어려운 장애물을 만나면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자기 최면은 험난한 인생의 난관을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불어넣는 명약(名藥)인 것이다.

<김부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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